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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너의 공부가 너를 해치지 않기를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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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무더운 여름방학, 일본의 한 고등학교. 수학 보충수업에 참여하는 여학생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만 흘러갑니다. 공부에 도통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합주부가 학교에 두고 간 도시락을 전해 주지만 도시락이 상해서 합주부원들 모두 식중독에 걸립니다. 보충수업을 빼먹기 위해 소녀들은 합주부 대타를 자청합니다. 그런데 합주부는 너무 빨리 회복해 학교로 돌아오고 소녀들은 어느새 자신들이 음악을 정말 즐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의 힘으로 빅 밴드 재즈를 연습하게 됩니다. 평범한 아이들이 음악 연주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스윙 걸즈'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경연에 참가해서 멋지게 연주하는 마지막이 아니라,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음악을 연주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입니다. 실제 고등학생이기도 했던 영화 출연진들은 주말은 물론 매일 방과 후 밴드 연습에 열성을 다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합숙까지 하며 영화처럼 '스윙 밴드'로 한 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뒷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에서 최신 액션 인형 버즈는 자신을 외계에서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 전사라고 믿습니다. 버즈는 자신이 장난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카우보이 인형 우디는 갑자기 나타나 거침없이 집 안을 휘젓고 다니는 버즈에게 말합니다. "정신 차려! 넌 날지 못해! 장난감일 뿐이라고." 하지만 버즈의 귀에는 그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그저 고장 난 우주선을 수리해서 우주 기지로 복귀할 날을 기다릴 뿐입니다.

하루는 버즈가 자신을 판매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보게 됩니다. 우주 전사 버즈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장난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광고 마지막에 '날 수 없어요'라고 뜨는 자막은 버즈에게 현실을 알려줍니다. 특별하다고 믿었던 자신이 그저 장난감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버즈는 그 말이 진짜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난간에 올라가 날개를 펼치고 뛰어내립니다. 다음 장면에서 버즈는 바닥에 추락한 채 부러진 팔을 바라보며 실의에 빠집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 뒤, 날개를 펼친 버즈는 우디를 안고 잠깐 공중을 납니다. 하늘을 날고 있다고 흥분하는 우디에게 버즈는 말합니다. "이건 나는 게 아니라 멋지게 추락하는 거야." 버즈는 이제 압니다. 자신은 우주 전사가 아니고, 하늘을 날 수 없고 우주와 교신할 수 없다는 것을요. 하지만 우디와 함께 모험을 겪으며 또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어린이용 장난감의 삶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이죠.

영상이나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새로 접하는 용어 중에 '룸톤'이 있습니다. 모든 공간은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때에도 각각의 고유한 소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소음을 룸톤이라고 합니다. 우리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조용한 녹음실 안에도 진공상태가 아닌 한 미세한 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같은 공간이라도 시간이나 날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영상 촬영이나 오디오 녹음을 마치면 그 장소의 소리를 녹음해 두면 유용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녹음한 룸톤은 이후 편집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부분을 요약하는 연필과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 친구와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공부한 내용을 확인하는 소리,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의 함성이 창문 틈으로 파고 들어와 울리는 소리, 잠깐 쉬려고 엎드린 친구가 작게 코를 고는 소리. 기말고사 준비로 바쁜 학교에도 많은 소리들이 있습니다. 이 소리들은 조금씩 다른 무늬로 연결되어 교실마다 다른 룸톤을 만듭니다. 그 소리에 '스윙 걸즈'의 열정과 '토이 스토리'의 우정이 가득하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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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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