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803010000397

영남일보TV

[박규완 칼럼] 민심 誤讀과 변죽 울리기

2022-08-03 20:00

선거승리 정당의 관직 분배
엽관제, 능력주의 반대 개념
공인 사적영역 권한 반비례
尹 "언론 때문에 고생" 격려
대통령실 대응 능력 의구심

 

박규완.jpg
박규완 논설위원

대통령 취임 80일 만에 지지율 28%이라니. 불가사의하다. 뭐 편중 인사니 사적 채용이니 자질 부족이니 누구나 다 아는 이런 것들만으로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쉬 납득되지 않는다.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을 법하다.

 


# 사적 채용 해명이 엽관제?
"대통령실 인력 채용은 엽관제다".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졌을 때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내놓은 해명이다. 엽관제는 정권을 잡은 개인이나 정당이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관직을 분배하는 정치적 관행이다. 논공행상의 또 다른 말이다. 19세기 정당정치가 발달했던 영국과 미국에서 성행했다. 인사 임용 기준을 실적으로 평가하는 실적주의가 엽관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능력 위주의 실적주의에 반하는 만큼 엽관제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엽관(獵官)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관직을 사냥한다는 뜻이다. 영어로 엽관제는 'spoils system'이다. 약탈품·전리품을 나누듯 관직을 분배한다는 의미다. 선거에서 이겼더라도 엽관제를 최소화하는 게 대승적 인사다. 사적 채용을 반박하면서 쓸 단어는 전혀 아니다. 엽관제는 능력주의 인사에 대한 부정이다. 사적 채용 논란이 된 인물에 대해 대통령실 스스로 "능력을 보고 발탁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엽관제라니?


국민이나 언론은 사적 채용 자체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 정무직·별정직을 공개채용을 하라는 게 아니다. '지인 찬스'를 쓰지 말라는 거다. 40년 지기의 아들, 외가 육촌, 1천만원 후원금 따위의 사적 연분을 끊으라는 얘기다.


# 대통령-권성동 문자가 사적 대화?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간의 문자 메시지 파문이 확산되자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사적 대화가 노출돼 유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문자가 사적대화라니. 더욱이 '내부 총질이나 하는 당대표 바뀌니 달라졌다'는 내용 아닌가. "공인의 사적 영역은 권한의 크기에 반비례한다. 대한민국 의전 서열 1위인 대통령과 7위인 여당 대표 직무대행에게 사적 영역은 거의 없다"(조응천 민주당 의원)


# 이상한 등치
민간인의 나토 정상회의 동행과 대통령 전용기 탑승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도 BTS(방탄소년단)와 동행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의 공직 수행과정에서 꼭 공직자만 수행하라는 법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BTS는 사실상 공인이다. 게다가 BTS는 유엔의 초청까지 받았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민간인은 윤 대통령에게 2천만원의 후원금을 낸 한방병원 이사장의 딸이자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다. 대통령실은 "영어가 능통하다"며 두둔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명 때도 영어가 유창하다더니. 대통령실이 나서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조장하는 꼴이다. 영어가 능통하든 어떻든 글로벌 뮤지션 BTS와 같은 반열에 올릴 급(級)은 아니다. 무리한 등치(等値)다.


# 국민정서와 괴리된 격려 발언
"해프닝인데 고생했다". 문자 메시지 파동 후 윤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나 한 말이다. '내부 총질' 문자가 단순 촌극도 아니거니와 고의든 실수든 문자를 노출한 권 대행을 감싸다니. 국민정서를 한참 배반한다. 윤 대통령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줄 때도 "야당과 언론 때문에 고생 많았다"며 격려 멘트를 날렸다. 그것도 만취운전, 논문표절 문제투성이 장관에게.


결론은 대통령실의 위기대응 능력이 수준 이하인데다 적확한 어법조차 구사하지 못한다는 거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다. 이러고서야 승묘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민심의 행간을 읽지 못해서일까. 윤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유독 언변의 디테일에 약하다. 민의를 실시간 계량화하는 '여론 나침반'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