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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물산업 육성의 성공조건

2022-08-17

물문제 해결, 좋은 정치 기준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따른
물관련 산업 세계적 관심사
물은 공공재라는 관점 바탕
'첨단 디지털산업' 변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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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물 속에 진리가 있다.(In aqua veritas)" 공공성을 강조한 고대 로마의 속담이다. 라틴어로 물을 뜻하는 아쿠아는 해결책(솔루션)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소중한 존재인 물은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지만 낮은 곳으로 흘러가기에 결국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로마시대 역사학자 디오니시오스는 로마문명의 위대함은 포장도로(via munita), 수로(aqueducts)와 하수도(cloaca maxima)에 있다고 했다.

기원전 312년 로마에서 처음으로 아피아 수로가 만들어졌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3세기 후반까지 로마에는 11개의 수도교가 건설되었고 이는 800㎞에 이르렀다. 물 공급을 위한 수로 건설과 유지에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공공재의 상징이었다. 황제들은 신선한 물 공급을 좋은 정치의 기준으로 삼았고 제국의 주요 도시에는 수백 개의 수로가 만들어졌다.

최근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물 순환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가뭄이 빈발하면서 신규 수자원 확보, 하수처리 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상·하수도 인프라의 손상, 수질 악화, 폐기물의 증가에 따른 오염과 지하수 고갈, 사막화 심화, 개발도상국의 산업화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이 부족하고 순환이 어려워짐에 따라 물 관련 산업은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물산업 전문기관인 영국의 GWI(2019)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물시장은 약 8천34억달러로 추정되며, 2024년까지 연평균 3.4%대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은 '검은 황금'으로 불리던 석유를 넘어 '푸른 황금(blue gold)'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무렵부터 물산업 육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2019년 대구에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완공했다. 이 클러스터는 물 관련 기술 상용화와 인·검증 지원, R&D 기술 발굴, 해외시장 진출 지원 등을 담당한다. 또한 실증화 단지, 집적단지를 운영하여 물산업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짧은 역사에 비하면 대단히 고무적이다.

대구가 물산업의 성공적인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과거 건설, 기자재 및 운영관리로 나누어졌던 물산업 기업들은 최근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협업을 통한 첨단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유럽에서는 미세오염물질의 여과를 위한 막(Membrane)기술의 도입, 분말 활성탄(PAC)의 활용도 보편화되고 있다.

물산업은 연결성, 이동성, 자동화를 위한 새로운 첨단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관련 데이터를 최적화하기 위해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과 같은 첨단기술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데이터 통합 및 전략적 자산 관리에 집중함에 따라 물산업은 '첨단 디지털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구취수원의 이전과 독소 물질 검출로 인한 갈등은 볼썽사납다. 물이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첨단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수도 있다. 로마 시대에 만든 수로와 하수도는 공공선의 출발이었다. 물로 인한 갈등은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물 속에 진리가 있음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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