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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무아경(無我境)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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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희 (국악인·서도소리꾼)

우리의 전통음악은 선조의 삶과 철학, 역사, 종교 등을 담고 있는 결정체이자 그들만의 이야기를 오롯이 후손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함께해 온 불교는 전통음악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주었는데, 예를 들면 사물(四勿)도 원래 불교의식에서 쓰인 법고, 운판, 목어, 범종의 악기를 일컫던 말로써 현재는 북, 장구, 징, 꽹과리의 네 종류의 민속타악기로 연주하는 음악과 그 놀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16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서 열리는 대구시립국악단 208회 정기 연주회의 제목인 '무아경(無我境)'도 불교 용어에서 유래된 말이다. 무아경(無我境)이란, 어떤 일에 집중하여 마음이 온통 한 곳에 집중되어 나의 존재마저 망각한 듯한 상태를 의미한다.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시간의 정각을 알리듯 음악이 시작된다. 지휘자가 내리는 손짓과 동작에 따라 연주자들은 한 음마다 섬세하게 연주하며 자신의 내면에 빠져들어 예술적 감성과 열정을 표출한다. 그들의 연주가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전체적인 연주를 만들어내는데 그 소리는 실로 방대하다. 이를 통해 관객은 지휘자의 호흡과 손끝의 움직임, 연주자들의 합주에서 나오는 악기 소리에 집중하고 몰입하며 서서히 음악에 빠져든다.

이러한 무아의 경지로 우리를 안내할 이번 무대는 먼저 웅장한 국악관현악 곡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지하철 환승곡으로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관현악 연주와 함께 한국무용이 어우러지며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더한다. 뒤이어 필자가 무대에 올라 서도민요 2곡을 협연한다. 자연의 경관과 사랑에 관한 노랫말로 이루어져 있으며 따스한 3월과 어울리는 곡이다.

그리고 대망의 클라이맥스로 사물놀이와 국악관현악이 함께 어우러져 박진감 넘치는 연주를 펼치는데 전 악장을 연주한다. 40분 가까이 달하는 긴 곡이다. 총 3악장으로 이루어지며 악장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보통은 3악장만 연주되며 전 악장을 연주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타악기와 관현악의 시원한 연주를 통해 관객들의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킬 것이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대구시립국악단은 대구를 대표하는 국악관현악단으로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명실공히 국악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필자에게 70여 명의 훌륭한 단원과 함께 이번 공연을 꾸밀 기회가 주어진 것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이다. 필자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무아경에 빠져들 수 있는 멋진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내일 밤, 무아의 경지로 초대하고 싶다.

김단희〈국악인·서도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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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희 국악인·서도소리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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