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서울기점 아닌 동서철도망
특별법 연내 통과 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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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왼쪽)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대구시 산격청사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홍준표 대구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대구에서 만났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고속철도 특별법 제정에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고, 이 대표도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두 사람 모두 여야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데다, 공식 회동은 처음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홍 시장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2시55분쯤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만나 달빛고속철도 특별법 제정 등 지역 현안과 여야 협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당 대표가 대구시청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시장은 면담에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 초안을 우리(대구시)가 거의 다 만들었고, 대구와 광주, 철도가 통과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과 공동 대표발의를 할 계획인 만큼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이 대표는 "우리 당도 주력했던 사업이므로 조기 착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구경북신공항 이전 문제나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도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선 힘을 쏟아야 한다. 홍 시장께서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 과정에) 애을 많이 쓰셨다"고 화답했다.
홍 시장은 달빛고속철도가 동서화합·교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에서 보기에 (달빛고속철도가) 어떨 지 몰라도 서울을 기점으로 하지 않는 동서 철도망이 구축된다는 것만 해도 상징성이 있다. 우리나라 철도망이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철도 포퓰리즘'이라고 시비거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래도 이 대표님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와 대구가 동시에 지방 거점도시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회동에서 홍 시장에게 대구시와 민주당이 예산정책협의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도 전했고, 홍 시장도 "그러면 대구에서도 아마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두 사람은 이날 극한 대립을 펼치고 있는 중앙 정치 사정에 대한 해법도 공유했다. 홍 시장은 "사실 국회에서 그렇지 않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특정 진영을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며 "옛날에는 꽉 막혀 있으면 막후에서 조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여야 모두 그랬다. 막후에서 원로들이나 선배들이 나서서 조정을 했다. 최근에는 그런 사람이 없어졌다. 그런 정치가 되다보니 나라가 혼란스럽고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에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민주당이 도와주셔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시장님 말씀처럼 합리적 선의의 경쟁이 정치의 본질인데 이제 정쟁을 넘어 전쟁 단계로 진입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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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왼쪽) 대구시장이 10일 오후 대구시 산격청사를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홍 시장과 이 대표는 최근 '환관'이라는 표현으로 논란이 된 민주당 대구시당의 논평에 대해서는 '뼈 있는 말'을 주고 받았다. 이 대표가 "대구시정에 지원하거나 협력할 것이 있다면 하겠다"고 하자, 홍 시장이 "(민주당) 대구시당이 악의적인 논평만 안쓰면 좋겠다. 우리 핵심 공무원들을 환관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사과한다고 복원이 되겠나"라며 "정책을 비판하고 논평하는 건 얼마든 지 할 수 있다. 인격을 폄하하면 그때부터는 정상적인 정당 논평이 안된다. 과거에는 여야가 싸워도 그날 풀었다"라고 받아친 것이다.
홍 시장의 발언에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원로이시니 중앙당에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재차 답했고, 홍 시장은 "당 대표가 옹졸해서 좀 이야기하니까 상임고문도 해촉하고 그러지 않나"라며 최근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가 시청 산격청사를 방문하자 민주당 지지자 등이 '이재명'을 연호하며 환영하기도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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