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달서구청장 "기존 합의안 흔드는 것 바람직하지 못해"
사이좋던 홍준표-김용판 멀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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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구 달서구 주민들이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시청사 건립 원안 추진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였다. 영남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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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구시 신청사 유치 3주년을 맞아 달서구청에서 열린 '대구광역시 신청사 유치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이태훈 달서구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제막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남일보DB |
대구시가 신청사 건립을 위한 최종 계획안을 제시했지만, 건립 예정지 달서구 지역 정치권에 이어 달서구청과 지역 주민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신청사 착공 첫 삽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6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신청사 건립을 위한 최종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안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기존 안과 달리 매각 대상 부지를 축소하고,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 전용 경기장과 시민 체육활동을 위한 체육관을 건립하는 것을 추가했다.
홍준표 시장은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에 신청사를 반드시 건립한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빚을 내서 짓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안한 '성서행정타운 매각'에 대해서도 이를 팔아도 건립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며 검토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성서행정타운부지는 2만3천여㎡ 규모의 공공청사부지로 대구시가 지난 2006년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사들인 땅이다. 공시지가만 800억 원이 넘는다.
이 같은 대구시의 최종 통보에 달서구청과 주민단체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대구 신청사 이전은 2004년 추진방침이 결정된 이후 무려 16년간 부침을 겪어오다 마침내 2019년 민주적 공론화와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쳐 대구시민 전체가 합의한 것"이라며 "어떠한 이유로도 기존 합의로 결정된 사항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올바른 신청사 건립을 통해 얻게 될 유·무형의 장기적 파급효과는 향후 대구시민 정신의 빛나는 업적으로 남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차섭 시청사 바로세우기 추진위원회 회장은 "부지 매각에 찬성하던 지역 정치권에서도 대구시의 최종안에는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며 "체육시설을 짓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이고 부지 매각에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사 바로세우기 추진위원회에 소속된 달서구 주민 60여 명은 지난 3일 군위군 대구시 편입 기념식이 열린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신청사 건립 원안 추진을 위한 대시민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부지 매각 후 신청사를 짓자던 지역 정치인들의 변심에 의문을 갖기도 했다. 평소 관계가 좋던 홍 시장과 김용판 국회의원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사회 관계자는 "하루빨리 부지를 매각해야 한다며 홍 시장과 뜻을 같이하던 지역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원들이 대구시의 최종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고 거절 의사를 밝힌 건 김 의원이 이제 홍 시장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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