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 동료가 돼라"…유통가 新생존법 '이색 협업'

삼양식품은 지난해 말 홈플러스와 협업해 PB 짜장 라면 '이것이 리얼 춘장 39.6%(이춘삼)'를 출시했다. 홈플러스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홈플러스 제공〉

최근 유통업계에 이색 협업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업계 간 협업으로 자체 브랜드(PB)나 공동기획상품(NPB)을 제조해 상호 협력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 소비자의 구매과정 속에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가잼비' 프로모션도 주목받고 있다. 제품 구매 시 개인적 즐거움과 만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재미'와 '소비자'의 합성어인 '펀슈머(Funsumer)'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품업계와 손잡고 '윈-윈'…여기서만 팔아요

식품업계에 따르면 유통사와 제조사 간 동맹이 활발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말 마켓컬리에서 '컬리 온리' 햇반을 선보였다. 컬리와 CJ제일제당이 공동개발한 '향긋한 골든퀸쌀밥'은 순수 국산 품종인 '골든퀸 3호'로 만들었다. 골드퀸쌀밥은 출시 3주 만에 7천 세트가 모두 팔렸다. 현재 2차 판매가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말 홈플러스와 협업해 PB 짜장 라면 '이것이 리얼 춘장 39.6%'(이하 이춘삼)을 출시했다. 춘장을 39.6% 함유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홈플러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가성비(1봉지에 500원)가 좋아 출시 후 9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2개월 만에 판매금액 15억원을 돌파했다.

큐텐그룹의 PB상품으로 선보인 'I*POP(아이팝) 먹는샘물'은 하이트진로음료와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아이팝 브랜드 첫 출시 제품이다. 40년 먹는샘물 제조 역사를 가진 하이트진로음료가 생산했다는 점에서도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무라벨 포장으로 제조됐다. 아이팝 먹는샘물은 인터파크쇼핑, 티몬, 위메프, 큐텐에서 구매할 수 있다.

고물가 시대에 생활비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가격대가 저렴한 PB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소제조사들이 전담했던 PB상품에 최근엔 대형 제조사들도 함께 협업해 차별화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며 "유통사는 협업을 통한 단독상품으로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면서 신규 고객도 유인하고 있다. 제조사는 안정적 판매망을 확보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굽네치킨 '신의 탑' 세트 3종. 〈굽네 제공〉

GS25는 '미니게임천국'의 글로벌 론칭을 기념하는 협업 이벤트를 준비했다. 〈GS25 제공〉

코카콜라 제로 레전드 한정판. 〈코카콜라 제공〉

◆캐릭터 넘어선다…게임업계와도 손잡는 유통업계

유통업계의 이색 협업은 단순한 캐릭터 활용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게임 캐릭터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 다양한 굿즈 상품을 내놓는다. 게임 이벤트, 팝업 스토어 등을 기획하며 게임업계와 손잡고, MZ세대와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도미노피자는 스마일게이트의 인기 게임 '로스트아크'와 굿즈 컬래버를 진행했다. 오는 31일까지 모코코 모니터 피규어와 로스트아크 쿠폰, 콜라 1.25L를 3천원에 구매할 수 있는 '스페셜 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프리미엄 피자(L) 온라인 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모션의 굿즈는 로스트아크의 대표 마스코트인 모코코 모니터 피규어다. 도미노피자 로고가 박힌 모자를 착용한 캐릭터가 피자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됐다. 이벤트 기간에는 로스트아크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L 사이즈 피자박스도 만나볼 수 있다. 게임 팬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GS25는 '미니게임천국'의 글로벌 론칭을 기념하는 협업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달 전국 매장에서 △베이컨참치마요 삼각김밥 △아삭햄치즈 샌드위치 등 미니게임천국 협업 상품을 판매한다.

지난 7월 신작으로 돌아온 '미니게임천국'은 2005~2015년 총 5편의 시리즈로 제작됐다. 누적 다운로드 1천900만건을 기록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출시된 제품엔 게임에서 사용 가능한 스크래치 쿠폰이 부착됐다. 게임 유저들은 이를 통해 최대 900개의 보석을 얻을 수 있다. 게임 내에서 'GS25 최애 간식 대전'이 팀 대결로 진행되는 등 협업 상품도 출시됐다. 고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해 게임 유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넷마블의 기대 신작 RPG '신의 탑: 새로운 세계'의 세트 상품을 지난 11일 선보였다. 메뉴는 △라쿤밤 세트A(고추바사삭+모짜치즈롤) △라쿤밤 세트B(남해마을 바사삭+바게트볼) △화련 세트(볼케이노+에그타르트) 등 3종이다. 구매자에겐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스페셜 쿠폰이 증정된다. 모든 굽네치킨 주문자는 제품에 부착된 QR 코드를 통해 100% 확률로 게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코카콜라는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와 협업했다. 이달 말까지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티켓 제공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코카콜라 제로 레전드' 구매 고객은 코카콜라 공식 앱 '코크플레이'에 접속해 캔 뚜껑 뒷면에 기재된 8자리 코드 번호를 입력하면 자동 응모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새롭고 재밌는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며 "젊은 세대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유통업계는 게임사와 손잡고 굿즈 상품을 출시하거나 이벤트를 기획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