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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바오·늑구 다음은 ‘루나’…대구가 키우는 백사자 남매
  • [영상] 대구 당선인들의 당찬 출발 알림···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증 교부식

푸바오·늑구 다음은 ‘루나’…대구가 키우는 백사자 남매

2026-06-11 17:56

푸른 눈동자에 검은 마스카라, 해외서 인기
평일 100명·주말 800명↑…해외서 보러 와
부모는 지하 2.5평에서 7년, ‘기적의 남매’

대구 달성군 네이처파크에 살고 있는 백사자 남매 루카와 루나의 일상. 독자 전지유씨 제공

대구 달성군 네이처파크에 살고 있는 백사자 남매 루카와 루나의 일상. 독자 전지유씨 제공

2020년 한국에서 태어난 판다 '푸바오'는 경기도 용인을 대표하는 동물이 됐다. 사람들은 푸바오를 보기 위해 용인까지 달려갔다. 지난해 4월 중국 반환을 앞두고는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대전에는 우리를 탈출했던 늑대 '늑구'가 있다. 열흘간의 도주 끝에 돌아온 뒤 인기가 치솟자 '늑구빵'이 나왔다. 당시 늑구를 대전의 마스코트로 삼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사랑스러운 동물 하나가 도시로 사람을 모은다. 관광 상품을 넘어 도시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대구에는 백사자 '루나·루카'가 있다. 달성군 가창면 네이처파크에 사는 생후 10개월 백사자 남매다. 눈 밑 검은 무늬와 회색빛 눈동자로, 국내보다 해외 SNS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 마스카라 칠한 듯한 눈


지난해 8월 태어난 백사자 남매는 이달 18일이면 생후 10개월이 된다. 이지영 기자

지난해 8월 태어난 백사자 남매는 이달 18일이면 생후 10개월이 된다. 이지영 기자

오빠 루카와 동생 루나는 한배에서 난 남매다. 둘은 지난해 8월 18일 태어났다. 이번 달 18일이면 생후 10개월이 된다. 태어났을 때 1.6㎏이던 루카는 지금 74.8㎏, 1.2㎏이던 루나는 64.8㎏까지 자랐다. 생김새는 닮았지만, 성격은 다르다. 루카가 신중하고 얌전한 편이라면, 루나는 장난이 많고 활동적이다.


이들이 유명해진 건 다름 아닌 '눈' 때문이다. 동그란 눈동자 위로 검은 눈꺼풀 선이 둘리고, 길고 검은 속눈썹이 뻗어 있어 마치 마스카라를 칠한 것처럼 보인다. 김서우(29) 사육사는 백사자의 털 색이 밝아 무늬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동자 색도 일반 사자와 다르다. 일반 사자가 호박색인 것과 달리, 백사자는 푸른빛이 도는 회색이다.


루나·루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두 사자의 사진과 영상이 SNS에서 퍼졌고, 그 아래 댓글에는 영어와 스페인어, 아랍어가 한글보다 훨씬 많다. 팔로워 대부분도 외국인이다. 팬아트를 그리거나 AI로 그림과 동화를 만들어 올리는 이용자도 있다.


◆ 판다 찍던 이들이 대구로


네이처파크가 제작한 루카와 루나의 굿즈. 네이처파크 제공

네이처파크가 제작한 루카와 루나의 굿즈. 네이처파크 제공

두 사자가 알려진 데는 매일 네이처파크를 찾는 '루나·루카 팬클럽' 3인방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지난해 두 사자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기 시작, 거의 매일 사진과 영상을 찍어 개인 SNS에 올렸다. 인터넷에 도는 두 사자 사진 상당수가 이들이 찍은 것이다. 원래 용인과 중국으로 판다를 찍으러 다니던 사람들이었다.


전지유(여·41)씨는 "두 사자는 왜 부모와 같이 살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많이 받아 사연을 적어 올렸더니 외국인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올해 초에는 일본과 중국에서 루나·루카만 보러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방문객도 늘었다. 평일에는 100명 남짓, 주말에는 600~800명이 두 사자를 보러 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1천명을 넘기도 했다. 팬클럽 3인방은 수도권에서 원정 오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한 60대 여성(대구 달서구)은 "동물 영상이나 게시물을 자주 보는데, 루나와 루카에 빠진 뒤로는 이들 영상만 본다"며 "곧 장마가 오고, 조금 있으면 실내 우리로 들어가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왔다"고 했다.


◆ 산책 나온 새끼 맹수


백사자 남매 루나와 루카가 놀이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백사자 남매 루나와 루카가 놀이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지영 기자

지난 9일 오전 10시 50분, 담당 사육사가 소형차를 몰고 백사자 놀이터로 들어왔다. 차 문이 열리자 뒤칸에 타고 있던 루나와 루카가 잔디로 내려섰다. 차에서 목이 말랐는지 큰 그릇으로 다가가 물부터 마셨다. 루카는 산책하듯 우리 가장자리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걸음이 가벼워 나들이 나온 아이 같았다. 루나는 더위가 싫은 듯 얼음 쪽으로 향했다. 잔디에 깔아둔 얼음을 핥아 먹고, 이빨로 굴리며 장난을 쳤다.


놀이터는 두 사자의 바깥 활동을 위해 꾸민 공간이다.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려고 통나무 서너 개를 놓고, 사이사이 공과 흔들 목마, 장난감을 두었다. 따가운 햇볕을 가리려 위에는 천막을 쳤다.


취재진이 철망 바로 앞으로 다가가도 두 사자는 무서워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맑은 눈으로 빤히 쳐다보며 호기심을 보였다. 김 사육사는 "보육실에서 자다가도 놀이터에 나갈 시간이 되면 슬슬 일어나 몸을 푼다"며 "산책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렇다고 산책 준비가 만만한 건 아니다. 한 살도 채 안 된 새끼들이라 장난기가 넘쳐, 한 마리를 태우면 다른 한 마리가 내리고, 다시 그 한 마리를 태우면 다른 한 마리가 내린다. 옥신각신하는 그 시간마저 두 사자에게는 놀이다.


여유롭게 놀던 두 사자는 단체로 온 유치원생들이 다가오자 자세를 바꿨다. 몸을 낮추고 아이들을 응시했다. 매서운 눈빛은 아니었지만, 맹수의 본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김 사육사는 "아이들은 덩치가 작아 자기보다 서열이 낮다고 여겨 공격 자세를 취한다"며 "사람 손에 자라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맹수의 습성은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했다.


두 사자는 하루 18~19시간을 잔다. 주식은 닭이고, 가끔 나오는 소고기 갈빗살을 좋아한다. 사람 손에 자란 탓에 사육사를 가족같이 따른다. 특히 기분이 좋은 날이면 김 사육사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고 장난을 걸며 애교도 부린다. 가끔 온몸으로 놀아달라고 달려들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몸무게가 60~70㎏의 맹수인 만큼, 조심하고 있다.


◆ 햇빛도 못 본 지하 7년


루나·루카의 부모 레오와 레아. 레아와 레오는 대구 수성구의 한 실내 동물원 지하에서 7년을 갇혀 지내다 지난 2024년 구조됐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이지영 기자

루나·루카의 부모 레오와 레아. 레아와 레오는 대구 수성구의 한 실내 동물원 지하에서 7년을 갇혀 지내다 지난 2024년 구조됐다. 지금은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이지영 기자

루나·루카에게는 사연이 있다. 부모 레오와 레아는 대구 수성구의 한 실내 동물원 지하에서 7년을 갇혀 지냈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8㎡(2.5평) 사육장에 들어가 바깥과 단절된 채였고, 이름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운영사가 파산하면서 동물들은 경매에 부쳐졌고, 2024년 네이처파크가 324마리를 1억3천100만원에 낙찰받았다. 그해 6월 백사자 부부는 486㎡(150평) 야외 방사장으로 옮겨졌다. 시멘트 바닥에서 갈지 못해 살을 파고들기 직전이던 발톱은 사육사가 직접 벗겨내기도 했다. 지금은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다.


지하에 있던 2022년과 2023년에 낳은 새끼는 모두 죽었다. 구조 뒤인 지난해 8월 18일 세 마리를 낳았지만, 막내 루시는 800g으로 태어나 13일 만에 떠났다. 어미 레아는 남은 남매를 돌보지 않았고, 사육사들이 키웠다. 루나·루카가 부모와 따로 사는 이유다. 태어나자마자 사람 손에 자라 부모를 알아보지 못한다.


네이처파크는 두 사자를 위한 방사장을 새로 짓고 있다. 7월 공사를 시작해 가을에 문을 열 계획이다. 실내와 야외를 오가는 자율 방사 형태로, 사냥 본능을 살리는 행동 풍부화 시설도 갖춘다.


박진석 네이처파크 본부장은 "최근 들어 해외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 전에도 국내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며 "기적적으로 태어난 두 사자의 이야기를 교육적으로 풀어, 동물원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달성 네이처파크 루카, 루나···대구 마스코트로 급부상 중인 백사자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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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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