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반정모)는 지난달 20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남편 김모 씨(66)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랜 세월 부부의 인연을 맺어 온 배우자를 살해한 것으로 범행의 수단과 방법, 동기,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사안이 매우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부부는 두 자녀를 기르며 함께 살아왔는데 2018년 9월 딸이 이비인후과 약을 먹고 돌연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뒤 뇌 손상을 입었다. 부부는 병간호에 힘을 쏟았지만 딸은 4년이 넘는 투병 끝에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오랜 기간 아픈 딸을 돌보며 경제적 어려움과 부부관계 갈등을 겪었던 부부는 딸이 사망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혼했다. 그랬다가 8일 만에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재결합 이후에도 다툼은 반복됐다.
남편 김씨는 아내 김모(62·여)씨에게 흉기를 든 채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딸의 사망보험금 중 5000만원을 달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항의하는 아들을 때리기도 했다. 그는 결국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 혼자 살게 됐다.
36년을 부부로 함께했던 A씨는 혼자 사는 남편을 외면하지 못하고 종종 남편이 혼자 사는 곳을 찾아 반찬을 챙겨줬고 접근금지 명령 해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다시 이혼을 결심, 지난 6월 23일 남편 집을 찾아가 "아들이 같이 살지 말라고 했으니 다시 이혼하자"고 말했다.
이혼을 요구한 아내는 결국 남편에게 살해 당했다.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으로, 남편은 15분 가량 A씨의 목을 조르고 팔과 팔꿈치로 가슴 부위를 세게 눌러 숨을 쉬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아내로부터 '할 말이 있으니 일을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재결합을 기대했는데 이혼을 요구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검찰과 김씨 측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냈다.
서용덕기자 sydkjs@yeongnam.com

서용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