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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K팝 문화의 이면 '악플'(2) 무섭고 이기적인 팬덤 문화

2024-05-03

연애하면 "배신자"
"몇억씩 벌면서 징징대지 마"
"팬들 사랑만으론 부족하니?"

"아이돌들 몇억씩 벌면서 징징대는 거 듣기 싫다. 똑같이 힘든데 주 5일 출근에 월 200만원 버는 직장인들도 있다."

요즘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K팝 산업과 관련해 자주 보이는 게시글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K팝이 흥하고 있지만 산업의 뒤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 K팝 아티스트들은 '보이는 직업' 특성상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돈을 버는데, 이로 인해 과도한 잣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 아이돌의 열애설이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아티스트가 자필 사과문을 올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악플 고충 내비친 NCT드림 런쥔
팬들 비난에 불안증세로 활동 중단
에스파 카리나 열애에 극성팬 분노
트럭 시위까지 이어지자 사과문

"팬들이 뒷받침해주는 아이돌 문화
'보상 심리'로 과도한 잣대 들이대
K팝 산업 오래 유지되기 위해선
건강한 팬덤 문화부터 선행돼야"

에스파 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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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드림 런쥔
K팝 스타인 아이돌은 엔터사의 기획을 통해 만들어진다. 아이돌의 인기를 형성하는 요소는 아티스트들의 재능도 있지만 주로 문화자본, 엔터기획사의 규모, 팬덤 등이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아이돌들은 대중에게 전문적인 아티스트보다는 보이는 직업 또는 엔터사의 상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며 악플, 감정 착취, 과도한 품평 등 객체화·대상화라는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돈을 벌기에 '그래도 되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 K팝 산업과 그것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론장을 새로운 눈으로 풀이하는 책 '망설이는 사랑'에서 저자 안희제도 "아이돌 아티스트라는 직업은 노래나 춤과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일보다는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일'로 이해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최근 K팝 아티스트들의 호소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7일 그룹 엔시티 드림(NCT DREAM)의 런쥔은 자신이 받은 악성 메시지를 팬소통 플랫폼에 공개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아이돌들 살기 너무 편해졌다'는 말과 함께 외모와 실력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런쥔은 "아이돌도 사람이고 힘듦을 느낀다. 보이는 건 당연히 예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접한 네티즌들 중에는 런쥔의 입장에 동의하는 이들이 나오는 한편 "굳이 왜 부정적인 메시지를 팬과의 소통 창구에 올리며 징징대는지 모르겠다" "팬들이 감정 쓰레기통인가" 등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런쥔은 결국 컨디션 난조와 불안 증세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열애설이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지난 3월5일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는 자신의 SNS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저를 응원해준 마이(공식 팬덤)들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마이들이 상처받은 부분 앞으로 잘 메워나가고 싶다." 일주일 전 배우 이재욱과의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는데, 그사이 여러 팬들이 배신 당했다는 비난을 온·오프라인으로 표출하면서 뒤돌아섰기 때문이다. 카리나 소속사 인근엔 해외팬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트럭 시위가 등장하기도 했다. 트럭에는 "팬이 너에게 주는 사랑이 부족하니? 당신은 왜 팬을 배신하기로 선택했습니까"라는 멘트가 적혀 있었다.

런쥔도, 카리나도 스타들이 이렇게 엄격한 잣대에 직면하는 근본적인 이유에는 아이돌은 대중에게 보여줘야 하는 영역과 숨겨야 하는 영역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10년째 K팝을 덕질(무언가에 파고 드는 일) 하고 있다는 이세영(26)씨는 "아이돌은 보이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아름답고, 긍정적이지만 수동적인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는 듯하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 않는 '아바타'처럼 말이다"라면서 "그런 점에서 고충 토로나 열애설은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는 점에서 숨겨야 하는 영역에 해당한다. '우리의 사랑으로 돈을 버는 네가 감히?'식의 생각이 사람들의 무의식에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팬과 가수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보상 심리'로 풀이되기도 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팬들이 가수를 뒷받침하고 밀어준다고 생각하기에 유사 제작자 마인드가 있는 듯하다. 자신들이 스타에게 해주는 만큼 스타도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열정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 스타로서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기대한다"면서 "그러니 연애를 한다든지, 푸념을 한다든지 하는 건 이들에게 열심히 하려는 마음가짐이 없는 것으로 비친다. 그런 심리가 있어서 아이돌들을 팬들이 다그치는 일들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상대를 좋아하는 걸 넘어서 과도한 것을 요구하고 이래라저래라하는 건 팬의 위치에 맞지 않는 건강하지 못한 행동"이라며 "스타를 순수하게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선에서 그치는 게 가장 팬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K팝을 좋아하는 대중 사이에서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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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기자

당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 초대합니다.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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