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 모습 탐사
'낙원의 새' 파푸아뉴기니 극락조 등
야생동물·원주민 문화 원형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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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애튼버러는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여우원숭이를 촬영하기 위해 지프차를 타고 자갈길을 달려 열대우림으로 향했다. 사진 속 동물은 여우원숭이.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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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양병찬 옮김/496쪽/1만9천500원 |
영국 BBC 자연다큐 시리즈의 거장인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Sir David Frederick Attenborough, 1926~)이 20대 청년기에 희귀 야생동물을 TV로 방영하기 위해 세계 오지로 탐험을 한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다. TV가 발명된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던 시기, 애튼버러는 BBC의 신입 프로듀서가 되어 '동물원 탐사(Zoo Quest)'를 기획하고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촬영 때마다 기록했던 6차례의 탐사를 정리해 책으로 출간했다. 파푸아뉴기니, 태평양 섬, 마다가스카르, 호주 남회귀선 지역의 여행을 담았다.
20대의 청년 애튼버러와 동료들은 지구 반대편을 탐험하며 비밀과 환상에 싸인 동물들인 파푸아뉴기니의 극락조, 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와 텐렉, 호주의 까치기러기와 고아나를 마침내 만났다. 그리고 극락조의 깃털로 화려한 장식을 한 원주민의 모습부터 펜테코스트섬의 번지점프, 탄나섬의 화물 숭배, 눌랑지의 암각화 등 원주민의 생활상과 문화까지 담아냈다. 흑백 텔레비전 시절 수많은 시청자에게 희귀한 야생동물과 열대의 원주민에 대한 호기심과 경탄을 선사했던 방송 다큐가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60년 전 시작된 데이비드 애튼버러 특유의 위트와 열정이 살아있는 동물탐사 미션을 통해 점차 개발로 퇴색되어가는 야생동물 세계와 원주민 문화의 원형을 볼 수 있다.
'낙원의 새' 극락조는 '동물원 탐사' 시리즈를 제작하던 애튼버러의 머릿속에서 몇 년 동안 떠나지 않았던 낭만적 피조물이자, 그를 파푸아뉴기니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뉴기니에서 독립하기 전 파푸아뉴기니는 내륙 깊숙한 지역은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부족 간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애튼버러는 마다가스카르 고유종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여우원숭이와 텐렉, 보아뱀 등을 촬영하기 위해 타나나리브에서 지프차를 타고 자갈길을 달려 열대우림으로 향했다. 런던에서 마다가스카르로 떠나기 전 애튼버러는 여우원숭이 중에서 희귀한 시파카와 인드리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열정적인 조수 조르주와 삼림관리인 미셸의 안내를 받아 마침내 만나게 된 시파카와 인드리는 느긋하면서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다른 원숭이 집단처럼 서열이 지배하는 거친 집단이 아니라 애정을 기반으로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족 집단임을 확인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노던준주로 향한 애튼버러는 원주민과 눌랑지의 동굴벽화를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전, 늪지대에서 더위와 모기를 참으며 까치기러기를 촬영했다. 늪지대에서 나뭇잎으로 만든 은신처에 몸을 숨기고 느릿느릿하게 까치기러기를 촬영하던 애튼버러는 뜨거운 태양, 아지랑이, 갈대, 까치기러기의 섭식행동 등 자연의 섭리만이 존재하는 순간을 조용히 관찰하며 경외심을 느낀다.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스테디셀러 '침팬지 폴리틱스'의 저자 프란스 드 발은 뉴욕타임스에서 애튼버러의 동물 탐사기를 "1960년대 탐험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적 태도를 얼마나 발전시켜 왔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은 70년 경력에 빛나는 다큐멘터리의 거장이자 자연사학자다.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지리학과 동물학을 전공한 후 출판계에서 잠시 일하다가 BBC에 입사했다. 1954년 유명한 BBC 다큐멘터리 '동물원 탐사'를 제작한 이후, 그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의 모습을 탐사해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대영제국 훈장, 메리트 훈장 등 여러 분야의 훈장과 상을 수상했으며, 1985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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