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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우리들의 블루스

2024-06-18

[3040칼럼] 우리들의 블루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대프리카 폭염이 사흘째 이어지던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 연이틀 시원한 스무디를 공짜로 얻어먹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곽병원 별관 3층 사무실 직원들 가정의 경사로 인한 축하 스무디였다. 진료비 보험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P 선생의 자녀는 삼성전자 입사 시험에 합격했고 S 대학에 재학 중인 K 팀장님 아들은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 업무에 있어서도 야무지기로 소문난 P 선생은 매일 아침 커피 원두를 직접 내려 별관 3층 직원들의 아침을 깨우는 군기 반장이자 곽병원 어린이 글짓기 대회 교육감상 수상자의 학부모다. 사무실 같은 공간을 쓰고 있는 최 선생은 '2024년 6월의 친절남'으로 선정되어 병원 소식지에 게재되었다. 응급실 침대 베개의 부직포가 찢어져 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긴 상황에서 베개를 직접 실로 꿰매어 가져다주는 등 진료부에서 부탁하는 일들을 흔쾌히 도와주는 모습에 직원들이 제보를 했다. 최 선생이 속해 있는 관리부서는 군대로 치면 군수 물품을 보급하는 보급병이다. 가령 수술실에 필요한 바늘, 실, 거즈 등 진료 재료 및 의료 장비 구매와 관리가 주 업무다. P 선생은 진료과에서 발생한 처방, 검사, 행위료를 심사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청구하고 삭감 분석 결과를 다시 진료과에 전달하는 업무를 하며 진료부서와 매일 소통한다.

이처럼 병원은 진료실이나 수술실 외에도 검사실, 병동, 심사팀을 비롯해 환자 진료 데이터가 부서에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전산팀 등 지원부서가 다양하며 업무가 종횡으로 분절화되어 있다. 동시에 각각의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환자 진료라는 최종 목표에 활용된다.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응급실이나 입원 병동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한 몸처럼 움직이며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하는 모습에 환자들이 감탄하여 보낸 칭찬 엽서를 직접 본 적도 여러 번이다.

일반 기업으로 치면 Front-office와 Back-office 간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하는 조직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조직이 슬림한 2차 병원 특유의 강점이 있다. 부서 내 협업뿐만 아니라 부서 간 끈끈한 유대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수의 진료과목 간 신속한 협진이 가능하며 노련한 전문의 선생님으로부터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2차 병원의 강점이다.

하지만 질환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수도권 환자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의하면 빅 5병원을 찾은 지방 환자 수가 10년 새 40% 이상 증가했고 이들 환자가 5개 병원에서 쓴 의료비도 연 2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모순이 의료계에서도 일어났다. 중증, 경증 할 것 없이 수도권으로, 대학병원으로만 향하는 환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2차 병원들이 활발한 투자를 통해 기존 강점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방의 1·2차 의료 기관이 양질의 의료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믿음을 환자들에게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학병원은 교육과 연구, 고난이도 의료와 중증 환자 진료에 전념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P 선생과 K 팀장이 산 스무디를 마시며 내가 속한 이 병원의 경쟁력을 키워 알찬 기업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자녀가 최 선생처럼 수도권이 아닌 우리 지역에서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길임을 문득 깨닫는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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