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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스타의 사생활에 실망한 이유

2024-07-03

3년 연속 올스타 1위의 허웅
사생활 이슈로 논란의 중심
작위적 녹취록에 팬들 실망
한 사람의 일탈 불가피해도
평범한 윤리의식은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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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체육팀장

지난해 12월 프로농구 허웅(부산 KCC)이 3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 그의 빅 팬클럽은 열광했다. 3년 연속 최다 득표이면서 개인 통산 무려 다섯 번째 팬 투표 1위를 기록했다. '허재 아들'이라는 확실한 간판에 잘생긴 얼굴, 동생 허훈과 비교한다면 수더분한 모범생 캐릭터로 무수한 여성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최근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예능감까지 발산해 광고 모델은 물론, 스포테이너 도전까지 아우를 참이었다.

그랬던 허웅의 모습은 자멸 직전이다. 전 여자친구를 공갈, 협박 등 혐의로 고소하더니 이번엔 임신중절 강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 여친의 치부를 먼저 폭로한 그는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결혼하려 했었다'며 입장을 바꿨다. 관련 업계에서 '허웅 손절' 움직임이 발생한 지점일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을 통한 2차 가해도 저질렀다. 전 여친이 고(故) 이선균 사건에 연루됐던 유흥업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고인 모독은 물론 피해여성을 극심한 고통으로 몰아갔다.

직접 공개한 녹취록은 어떤가. 전 여친과의 통화 내역을 상대의 공갈과 협박으로 둔갑시켜 폭로하겠다는 속셈이 읽힌다. 정정당당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상대 여성을 매장시키려고 준비한 그의 찜찜한 증거 녹취록 내용을 그의 오랜 팬들이 다 들었을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농구코트에선 흐트러짐 없는 슈팅으로 맹활약하는 그가 정작 유니폼을 벗으면 평범한 사람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도리마저 지키지 않는 이였다니 안타깝다.

스포츠 스타에게 뭐 대단한 도덕성 그런 걸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공인이 어쩌고' 하며 연예인·운동선수에게 국회의원·정치인 부류보다 더 엄밀한 윤리 잣대를 들이밀곤 하지만, 그들이 성인군자처럼 행세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그들도 인간의 욕구를 추구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그렇듯 삶의 부침 속에서 피치 못한 일탈을 경험할 때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매일 경기장에서 숨 가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니 팬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스트레스를 홀로 견뎌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으로서 차마 하지 못할 행위까지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허웅의 일탈은 허웅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그의 주변인과 팬들, 사회까지 상처를 입혔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내야수였던 강정호 선수는 KBO리그가 배출한 첫 야수 메이저리거였다. 그런 그가 2016년 성폭행 논란에 잇따른 음주 사고로 신문 사회 면을 도배했다. 당시 그는 경찰조사 후 취재진에게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망언을 남겼다. 야구만 잘하면 당연히 용서받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표현이었다. 운동선수들이 물정 모르고, 운동만 잘하도록 강요당하며 자라다 보니 인성 교육이 없어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해석이 야구계에서 나왔었다.

당시 그의 소속팀에선 "강정호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공식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그건 당사자가 스스로 할 일이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번 허웅의 사생활 논란도 다르지 않다.
이효설 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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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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