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산업, 성장 가능성 높아
글로벌로 확산되는 웹툰 인기
지역 웹툰의 중요성 커져
국비 예산 확보 절실한 상황
지방 웹툰작가들 지원 필요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 파리대학 사회학 박사 |
현재 문화콘텐츠 시장의 대세는 웹툰이다. 넷플릭스 등 주요 영상콘텐츠 제작자들이 최근 2∼3년간 웹툰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 재산)를 영상콘텐츠로 제작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킹덤' '이태원 클라쓰'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그 사례다. 올해 방영돼 국내외에서 인기를 끈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웹툰이 기반이다. 한국 웹툰의 인기는 국내를 넘어 만화 강국 일본을 비롯해 대만, 홍콩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이를 반영, 지난 1월 '만화·웹툰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골자는 △혁신적 미래 기반 확보 △케이 만화·웹툰의 세계시장 선도 △공정·상생 생태계 구축 등이다. 이를 위해 지원 조직과 예산도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만화·웹툰산업이 콘텐츠산업의 목표인 IP를 확장하는 핵심이고 한국이 종주국으로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웹툰의 가치는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으로 근무할 때 한국 웹툰의 성공 가능성을 실감했다. 2012년 퐁피두센터와 '아시아 만화 특별전'을 기획했는데 '한국 주간'에 초대할 작가에 대해 프랑스 전시감독이 "한국은 웹툰 강국이니 웹툰 작가를 소개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그 의견을 반영한 전시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 웹툰 열기에 터 잡아 차세대 K-콘텐츠로 만화·웹툰산업을 키우려는 의지는 적극 반길 만하다.
그러나 지역의 만화·웹툰산업으로 눈을 돌리면 현실은 초라하다. 단적인 사례가 경북도 등 10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웹툰캠퍼스가 고사 직전에 있다는 것.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지원하던 이 사업은 올해부터 일몰사업으로 결정, 국비 예산이 없어졌다.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경북웹툰캠퍼스도 마찬가지다. 응급 조치로 지방비(도비, 시비)만 확보해 축소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지역콘텐츠산업 거점기관장 회의에서 이런 상황을 설명한 뒤 내년 예산 확보를 당부했다. 논거는 이런 것이었다. 중앙 정부에서 공모사업으로 인프라 구축을 권유한 뒤 일몰 결정을 내린 것은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지방재정 여건상 국비 배정이 되지 않으면 지방비 매칭이 매우 힘든 현실이라 운영이 불투명하다. 그래서 내년에는 국비예산 배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확인 결과 국비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두 가지 불길한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먼저 내년에도 어렵게 지방비를 확보해 축소 운영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더 우울하다. 국비 확보가 안 됐다는 논리로 지방비마저 편성이 안 될 경우다. 이는 사업 종료를 뜻한다. 겨우 기초체력을 다져온 웹툰캠퍼스가 영양실조로 고사하는 셈이다.
2022년 경주 황남초등학교 자리에 개소한 경북웹툰캠퍼스는 상징성이 크다. 만화산업에 이정표를 세우고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한 '공포의 외인구단'의 실제 무대이다. 그 역사적 의미를 담은 공간에서 경북 웹툰작가들을 지원하고 작가 지망생의 창작 열기를 돋워주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거대 규모의 웹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문체부의 청사진이 대동맥이라면 지역 웹툰캠퍼스는 모세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대동맥이 잘 흘러도 모세혈관이 막히면 쓰러진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웹툰작가나 작가지망생들의 희망을 꺾지 않으려면 10개 지역 웹툰캠퍼스에 대한 국비 지원은 절실하다. 지역소멸 해법은 큰 차원만 있는게 아니라 이런 미시적 영역에서도 필요하다. 지역 웹툰캠퍼스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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