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0725010003527

영남일보TV

[이재윤 칼럼] 美, 다시 트럼프 선택? 세계의 불행이다

2024-07-26

[이재윤 칼럼] 美, 다시 트럼프 선택? 세계의 불행이다
이재윤 논설위원

바이든 후보 사퇴 당시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굳게 입 닫은 외교부 대신 중국은 관영 신화통신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 뉴탄친(牛彈琴)을 통해 짤막한 논평을 냈다.

"미국에서 역사적 대사건이 발생했다. 한 국가가 점차 자신감을 잃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내부가 찢어진 채 암투를 벌일 때는 바깥에 적을 만들고 책임 떠넘기기와 먹칠하기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치열하고 더 흥미진진한 싸움이 뒤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G1에 맞선 G2의 시각이 투영됐을 터이고, 방점이 흐릿한 서술형 논조임을 고려하더라도 곱씹어 보면 꽤 많은 진실이 담겨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미국은 30여 년간 세계 유일 패권 국가 자리를 고수하지만, 지금은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명분과 권위를 잃으면 자신감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미국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이유를 친구 탓으로 돌리고 친구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라"고 압박까지 한다. 이 위험천만한 역주행이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란 구호 아래 자행된다. 이런 흐름을 목도 중인 중국이 "더 흥미진진한 싸움이 뒤에 남아 있다"라고 여유를 부렸다. 그 말속에 꽈리를 튼 음흉한 '중국몽'이 느껴진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트럼프의 출현과 통치 스타일, 팬덤과 무관치 않다. 그는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하고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의 등장으로 민주당이 결집하자 공화당 내부에서 "또 패배하면 내전이 있어야 할 것"이란 발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민주주의에 적합지 않은 측근들에 둘러싸여 있다. 수많은 성 추문과 34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신실해야 할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과 보수 기독교인들에게 전례 없이 강한 지지를 받는 것'(AP)은 불가사의다. '트럼프는 사람들이 자신을 메시아에 비교하는 것에 익숙'(가디언)할 정도로 비정상적 인격 소유자다. 21세기 최고의 과학기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위험한 우상화. 레이건이 백인 복음주의자들을 공화당으로 끌어들일 때만 해도 짐작조차 못 한 일이었다. 종교가 세속적 욕망에 오염됐던 중세 말기적 증상이 금세기 최강 미국에서 발현한 건 불길한 징조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같은 이기적 구호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모범과 세계 평화의 수호자 같은 미국의 오랜 이타적 정신의 회복에 있다.

단숨에 1천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은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대세를 잡았다지만 '트럼프 우세' 판도를 뒤집기는 녹록지 않다. 미국이 다시 트럼프를 선택한다면 미국의 불행이고 세계의 재앙이다. 대한민국에도 어떤 지옥문이 열릴지 모른다. '트럼프 리스크'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일주일 만에 28조원 증발했다고 호들갑이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호전적 이기주의자는 역사의 조연에 그쳐야 한다. 그런 자, 그런 국가가 위대하게 되는 건 전례도 없고 정의에도 반한다. 11월 대선 이후 미국은 그전의 나라가 아닐지 모른다. 미국의 보통 사람들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지치고, '정치적 올바름'에 신물이 나 있다니 슬픈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트럼프는 한국의 안보 따윈 관심도 없다. 요행을 바라서도 안 되고, 희망 고문도 소용없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목전에 왔다.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이재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