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시인·이중섭 화가와 교분이 깊었던 박용주
그동안 잊혀졌던 박용주의 화첩 공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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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주 '여섯 아이'. |
대구 문화예술 중흥기였던 이른바 '향촌동시대'(1950~60년대)를 풍미한 문인묵객들과 교유가 깊었던 '깡패 시인'이자 '주먹 화가'인 박용주(1915~1988)의 화첩이 최근 공개돼 눈길을 끈다.
화첩을 공개한 사람은 4·19 혁명 시인으로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삶을 실천했던 김윤식 시인의 장남인 김약수 경산학연구원장(전 경산예총 회장)이다. 김 원장은 "최근 경산 용성에 있는 고택 집수리와 함께 선친의 유품을 정리를 하면서 박용주 선생이 선친에게 준 화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여러 권의 화첩에는 수채화 11점, 유화 1점, 수묵화 2점, 크레파스화 2점, 춘화도 40점 등 모두 56점의 작품이 담겨있다. 캔버스에 그린 유화 작품인 '여섯 아이'에는 이중섭의 천진한 감성이 스며 있고, 한지에 그린 수묵화 '불상'에는 먹의 농담과 선묘의 리듬이 예사롭지 않다. 산수화와 화조도 등의 수채화 작품도 눈에 띈다. 특히 풍문으로만 전해오던 다양한 내용의 춘화도는 호사가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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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수 시인(가운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용주(오른쪽 두 번째).<'항촌동 소야곡' 저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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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주 '부처와 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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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주 '세월' |
박용주가 시인이자 화가가 된 것은 구상 시인과 이중섭 화가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25전쟁으로 피란 문인과 예술가들의 기항지가 됐던 대구 향촌동과 부산 등지에서 구상 시인에게 시를 배우고 이중섭 화가에서 그림을 익혔다고 전해진다. 구상의 추천으로 1983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박용주의 그림에 이중섭의 화풍이 엿보이는 까닭은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화첩을 공개한 김약수 원장은 "대구문단의 일화를 담은 '향촌동 소야곡(2007년 출판)'에 등장하는 '깡패시인 박용주'의 이야기를 보고 그의 작품들을 세상에 공개할 필요성을 느꼈다. 조만간 전시회를 갖고 박용주 선생의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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