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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해리스의 '통합과 상식', 우리는

2024-08-29

윤 정부서 상식의 가치 침잠
명품백 무혐의 국민과 괴리
온건·합리적 인물 뒷전 밀려
뉴라이트 성향 전진 배치
통합없는 통치 객쩍고 식상

[박규완 칼럼] 해리스의 통합과 상식, 우리는
박규완 논설위원

양보의 나비효과인가. 해리스 돌풍이 거세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은 "땡큐 조"를 연호했다. 대통령 후보를 사퇴한 조 바이든에 대한 찬사였다. 카멀라 해리스의 7월 한 달 후원금만 2천700억원. 트럼프의 4배다. 미국 대선의 방향타가 될 경합주 여론조사도 트럼프에 박빙 우세다. 해리스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며 "김정은 같은 독재자를 상대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며 외교안보 정책에서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해리스 연설 중 "통합과 상식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대목이 특히 명징했다. 반민주적이며 불의한 이익에 집착하는 트럼프의 입에선 결코 나올 수 없는 제언이다. 통합과 상식. 왠지 익숙한 말이다. 기시감도 든다. 아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모토였던 '공정과 상식' 때문이었나 보다.

한데 윤 정부 출범 후엔 상식의 가치가 침잠했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무혐의 처분도 국민정서와 괴리가 크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직무 범위는 훨씬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다. 청탁금지법 외에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은 김 여사 진술에만 의존한 채 압수수색과 통신조회를 생략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수사심의위원회는 상식적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지난 5월 "법 앞에 성역은 없다"는 메타포로 원칙 수사를 표명한 이 총장에게 대통령실은 "자기 정치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적극적 수사 의지를 밝힌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를 전격 교체했다. 정작 자기 정치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2년3개월 만에 국가안보실장을 네 번씩이나 갈아치우는 인사도 평이하진 않다. 미국 대선을 7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미국통 외교전문가 장호진 실장을 경질하고 대북 강성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내정한다? 그러곤 광복절엔 통일 메시지를 냈다. 외교안보 라인의 잦은 교체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설리번 현 국가안보보좌관이 4년째 재임 중이다. 이상하게도 윤석열 정부에선 온건·합리적인 인물이 파워게임에서 밀려나곤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조롱한 '윤 정권에서의 출세 비법'은 황당하지만 풍자적이다. 극우, 친일, 국회 무시, 검사 출신, 김건희 여사 연줄 등 다섯 가지가 비결이라나.

뉴라이트 인사의 전진 배치 역시 상식의 궤를 벗어난다. 독립기념관장 외에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에도 뉴라이트 성향이 진입했으며, 낙성대경제연구소 출신이 독립기념관 이사로 임명됐다. 뜨악한 장면들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주장이 상식적인가. 김형석 관장의 학문적 소신은 독립기념관의 정체성과 충돌하고 상치한다. 개선행진곡에 '달빛' 제목을 붙인 격이다. 대통령에 인사권이 있다지만 국민과의 호흡도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50번이나 '자유'를 되뇌었지만 통합엔 방점을 찍지 않았다. 한때 우호적이었던 광복회와도 척을 지지 않았나. 통합 없는 통치는 객쩍고 식상하다. 갈라치기와 비상식적 처세에 능한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는 '통합과 상식'을 외쳤다. 통합과 상식. 진영 대립과 편향성이 팽배하는 작금의 우리에게 더 절박한 단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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