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김한길 이후 11년 만의 대표 공식 회담
지구당 부활·금투세 등 일부 의제 공감대 형성
25만원 지원법 놓곤 韓 "획일적 복지 아닌 필요에 의한 복지가 효과적"
李 "균등 지원 복지 아닌 재정 정책…세금 더 내는 사람 역차별 필요 없어"
채상병 특검법엔 李 "제삼자 적극 검토…前정권 보복 여지의 과도한 조치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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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등을 논의하는 여야 대표 회담에서 발언을 마친 뒤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 회담이 1일 열렸다. 양당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가진 회담 모두발언에서 현재 쟁점이 되는 각종 정치 이슈들에 대해 이견을 드러내면서도, 지구당 부활, 금융투자소득세 제도 개편 등 일부 의제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야 대표가 의제를 갖고 하는 공식 회담은 2013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김한길 대표 이후 11년 만이다.
◆한동훈 "정치개혁 필요…민생이 우선"
한 대표는 이날 먼저 이 대표에게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 등 정치개혁을 제안했다. 그는 "정치개혁을 하자"며 "특히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선 진영을 불문하고 원한다. 불체포특권, 재판기간 중 세비반납 등 이미 국민 여론이 충분히 논의된 특권 내려놓기 개혁을 이번엔 반드시 실천하자. 양당 대표의 생각이 같은 지금이 면책 특권 제한 추진 적기"라고 제안했다. 한 대표는 또, 법안 강행처리→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표결→법안 폐기→재발의로 이어지는 '도돌이표식 정쟁정치',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과 처분적 입법 남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를 겨냥한 듯, "최근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며 "민주당의 탄핵(추진)은 곧 예정된 판결 결과에 불복하기 위한 빌드업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재판에 대해 주류 정치 세력이 불복하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위기가 오고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며 "곧 나올 재판 결과에 대해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을 넘는 발언과 공격을 자제하겠다. 그러니 민주당도 재판 불복 같은 건 생각하지 않을 거라 기대한다. 무죄를 확신하고 계신 듯하니 더 그렇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외에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저출생 극복 법안 우선 처리 등을 제안했다. 또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선 비판적 견해를 재차 드러냈다. 그는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으로 자산 형성 사다리를 더 많이, 더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금투세 폐지에 국민의힘이 집중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며 "불합리한 상속세제 때문에 기업 활동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이 대표도 금투세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저출생 극복을 위한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며 "육아휴직 기간과 연령을 확대하고, 배우자 출산휴가에 대한 급여 지급을 확대하는 내용의 일가정양립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 등 '저출생해결 패키지 3법', 인구 전략 기획부 신설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과 관련해선 "민주당은 현금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하지만,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닌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게 국민의힘 생각"이라며 "취약계층 지원금 상승, 저소득 대학생 주거 장학금 신설, 사병 월급 인상 등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결국 민생을 위한 것"이라며 "다만, 당장의 의료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도 정치의 임무다. 의료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유지하며 당장의 국민 염려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민생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두 사람이 정쟁의 중단을 대국적으로 선언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정치개혁 비전에 대해 합의했으면 한다"며 "국회에서 비정쟁 법안을 따로 빼내 처리하는 민생 패스트트랙도 만들자는 말씀드린다. 싸우는 걸 모두 멈추지 못하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민생 법안 절차는 신속,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자"고 했다. 대표 회담의 정례화도 제안했다.
◆이재명 "의료대란은 국민 생명 문제"
이 대표는 의료 대란 문제에 대해 집중 언급했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한 대표에게 "한 대표도 정부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안을 냈듯 의료 대란은 국민 생명 문제"라며 "의료개혁의 기본적 방향은 동의한다. 그러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집단끼리의 충분한 대화와 양해, 타협은 반드시 필요하다. 일방적 힘으로 밀어붙여서 상대방 굴복을 강요하면 성공하더라도 후유증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치지 말자' '살아남자'는 이야기를 국민들이 농담처럼 하는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효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 대표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비판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그는 "현금 지원이 아니라 몇 개월 내 쓰지 않으면 소멸성 지역화폐 소비쿠폰"이라며 "자꾸 '균등 지원'이라고 하는데 복지가 아닌 재정 정책이다.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을 역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받아쳤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 문제에 대해선 "지금 적용하면 그렇지 않아도 비정상인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보완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얘기"라며 "금투세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대신 주식시장 부스트업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에게 "금투세를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역제안했다.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서도 "한 대표가 전 국민을 상대로 '제삼자 특검'을 하자고 공언했고,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제삼자 특검을 적극적 검토하겠다. 증거 조작 의혹 특검도 수용하겠다. 소소한 조건을 더 추가하면 그 역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정치 개혁' 논의에 대해 이 대표는 "심각히 논의하되 형평성 있게, 심도 있는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대표도 공개적으로 약속한 '지구당 부활' 문제부터 우선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하는 데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는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볼 수 있는 과도한 조치가 많아진다"며 "이것이 결코 실정이나 정치 실패를 덮지는 못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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