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김부겸 후보의 등판으로 전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6·3 대구시장 선거는 끝났지만, 그 승패가 몰고온 충격과 여진(餘震)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선거 사상 처음으로 '격전지'로 변한 이번 대구선거에서 신승한 국민의 힘 추경호 시장에게는 당선 축하인사를 건네기도 안쓰러울 정도다.
이미 보도된 대로, 이재명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닷새후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TK행정통합이 자신의 임기(2030년) 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추 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2028년 총선에서 통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는 TK가 매년 5조원씩의 정부지원 통합인센티브를 한푼도 받지 못함을 뜻한다.
이 대통령은 또 공기업 지방이전 문제에서도 이미 통합한 광주전남 지역에만 더 몰아줄 것임을 밝혔다. 이 경우 TK는 통합도 안되고 공기업도 별로 못 받는, 그야말로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이중(二重)의 불이익을 입게 된다.
놀라운 점은 이재명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함에 있어서 영남보다 호남을 더 우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 회견에서 "지방투자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영호남 문제에서 호남에 균형을 맞춰야겠다"고 했다. 그는 영남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영남보다 호남이 훨씬 더 나쁜 상태다.(중략) 영남을 버리겠다는 거는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업들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 가급적이면 지방에다 해달라. 지원하겠다. 살짝 압력도 좀 넣는다. 직권남용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실은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하나하나 주목할 발언들이다.
실제 대통령의 이 발언 전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호남이전 뉴스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LG, 한화, LS그룹 등 대기업과 수십개의 기업들이 호남지역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대구경북이 낄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6·3 지방선거 당시 김부겸 후보가 '대구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부르짖은 바로 그 'TK 소외' 우려가 눈앞에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더욱 놀라운 점은 이를 지켜보는 TK 정치권이 무기력하다는 것이다. 공천 싸움과 당내투쟁에 바쁜 국민의 힘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는 듯, 오관불언(吾關不言)하고 있다. 그 흔한 단식이나 삭발도 없다. 그나마 이철우 지사가 "명백한 지역차별"이라고 공개 반발했을 뿐이다. 추 시장은 "반도체 투자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원론적 공자님 말씀으로 갈음했다. TK에서 그 누구도 대통령이나 청와대를 찾아가 항의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이런 상황 전개가 안타까워였을까. 칩거하던 김부겸이 20여일 만에 침묵을 깼다. 그는 22일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보내며 "지금 대구가 쉽지 않다. 대구가 나아갈 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차분히 고민해 나가겠다"고 했다. '대구가 쉽지 않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는 말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리라.
척박한 진보정치의 불모지에서 눈물로 호소했으나 결국 선택받지 못한 그에게 대구를 위해 다시 나서달라는 말은 너무 잔인한 것일까. 아니면 '바보 노무현'처럼, 그가 대구에서의 실패를 딛고 이 땅에 통합의 정치를 꽃피우는 큰 정치인의 길을 가도록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6·3 지방선거로 한층 더 커진 '바보 김부겸'의 향후 쓸모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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