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흘러간 노래가 있다
할아버지가 흥얼거리시던 노래
이런 질문이 나온다,
"아니면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같은 노래에
같은 질문이 나온다
노새와 돼지로
단어만 바꾼
그런데 종종 내 머릿속에
맴도는 소절은 물고기 부분이다
딱 그 한 소절만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
마치 노래의 나머지는
노래 속에 없어도 되는 것처럼
론 파젯 '한 소절'
뉴저지의 작은 도시 패터슨에 사는 시인 패터슨의 일상을 소재로 한 영화'패터슨'은 짐 자무시의 연출작이다. 영화에서 공개되는 7편의 시는 짐 자무시의 친구인 뉴욕파의 시인 론 파젯이 영화를 위해 작업한 것이다. 주인공 패터슨은 늘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서,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노래 중에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라는 구절이 자신에게 다가온 과정을 숙고한다. 어느 평론가의 패터슨 이야기에 공감하기에 그 부분을 옮겨 적는다. "같은 노래의 같은 질문에 단어만 바꾼 저 노래의 구절처럼 패터슨은 반복되는 일상들을 살아가는 가운데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의 순간을, 그 빛나는 시적인 순간들을 새 노트에 적은 것이다. 이런 관찰은 세상을 좀 더 진지하게 그리고 애정을 기울여 보게 하는 것이다. 시를 쓰기 위해 사물을 오래 바라보고 그것의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세상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시 본연의 가치이다. " 송재학 시인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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