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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조병옥에 대한 상반된 평가

2024-09-20

항일운동가이자 野지도자
반공노선·친일경찰도 등용
무차별적 국가폭력 저질러
제주에선 추모사업에 반발
그에 대한 평가 아직 엇갈려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조병옥에 대한 상반된 평가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1960년에 4선을 노리던 이승만 대통령에 맞섰던 민주당 후보는 조병옥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질병이 발견되어 미국의 육군의료센터에 입원했다가, 선거를 한 달 남기고 세상을 떠났어요. 대구에서 2·28 민주운동이 발생했을 때에는, 장면 부통령 후보만 유세를 왔습니다.

그의 아버지와 남동생은 3·1운동 당시 아우내 장터에서, 유관순 열사와 함께 만세시위를 벌이다가 옥고를 치렀지요. 선교사가 설립한 영명, 숭실, 배재를 두루 다니다가 미국에 유학 중이었던 조병옥은, 1925년에 귀국하여 연희전문 교수로 경제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유행하던 진보적인 신학인 '사회복음주의'를 도입하여, 개인구원보다 현실변화를 선도하는 기독교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는 활동을 벌였어요. 정의를 위한 '십자가의 무사'가 되어 사회운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흥사단 계열의 수양동우회를 정치단체로 변모시키려 했으며, 사회운동을 목표로 기독신우회를 조직했어요.

비타협적 민족주의자로서 좌우합작 단체였던 신간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1929년에는 경성지회장으로서, 광주학생운동을 옹호하는 민중대회를 준비하다가 3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으며, 1937년에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다시 옥고를 치르다가 석방되었지요.

1945년에 미군정은 그에게 경찰을 총괄하는 경무부장을 맡겼습니다. 미국 유학생 출신으로 친일 경력이 없는 개신교인이라는 것이 큰 이유가 되었어요. 그는 친일 경찰을 다시 등용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그들이 'pro-jap이 아닌 pro-job'이었다고 옹호했어요. 친일파가 아니라 생계형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는 1946년의 '대구 10월 사건 관련 진실규명결정서'에서, '미군정의 친일 관리 고용'을 가장 큰 이유로 언급하였어요. '이에 불만을 품은 민간인과 일부 좌익 세력이 일으킨 사건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친일 경찰이 가장 문제였으며, 그 책임은 조병옥에게 있었어요.

한편 1947년에 제주에서 일어난 '3·1절 발포사건'을 정당방위라면서, 육지경찰과 서북청년단을 보내 무차별적으로 탄압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4·3 사건이 일어나자, "대한민국을 위해서, 온 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태워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친일경찰의 책임과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김익렬 9연대장을 공산주의자로 몰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승만의 단정 노선을 따랐으며, 좌우합작론에 반대하였어요. 1950년 제2대 총선에 서울 성북구에 출마해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이론가였던 중도파 조소앙을 공산주의자로 비방하는 진흙탕 선거를 치렀지만 참패했습니다. 6·25전쟁 직후에 내무부 장관에 임명되었으나, '거창양민학살사건' 처리 과정에서 해임되었지요.

1954년 제3대 총선의 야당 후보로, 아무 연고가 없는 대구에서 출마하여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는 자유당이 압승을 거두었으나, 대구에서는 한 명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어요. 그는 4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였고, 마침내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조병옥은 항일운동가였으며,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렀던 반독재 야당의 지도자였어요. 하지만 친일 경찰을 등용했고, 극단적 반공 노선을 내세워 무차별적인 국가폭력을 저지른 책임자였습니다. 특히 4·3의 피해를 입었던 제주에서는, 그에 대한 추모사업에 대해서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어요.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상명대 역사콘텐츠 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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