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1024010003074

영남일보TV

10월 말인데 아직 푸른 팔공산…단풍 보다 상인들 눈시울이 먼저 붉어졌다

2024-10-24 16:18

기상청, 아직 팔공산에 '첫 단풍' 관측 안 돼
높은 기온에 지난달 예상보다도 더 늦어져
상인들 "벚꽃 때도 날씨 말썽이더니 또 말썽"

10월 말인데 아직 푸른 팔공산…단풍 보다 상인들 눈시울이 먼저 붉어졌다
24일 오전 11시 방문한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지구 일대. 당장 25일부터 단풍 축제가 시작된다고 알리는 현수막이 무색하게 이 일대는 아직 단풍이 완연하게 들지 않았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하루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지구 일대. 구름 하나 없는 맑은 날씨에도 길거리엔 단풍 구경을 나온 나들이객들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매년 이맘 때면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해 구름 인파가 몰리던 예년과는 달리, 단풍나무 아래엔 차량 몇 대만 지나다닐 정도로 한산했다. 물론, 제대로 된 단풍은 찾아 볼 수도 없었다. 몇몇 나무 윗부분에 희미하게 물들기 시작한 모습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시월 말인데도 대구에서 단풍이 들지 않고 있다. 올해 사상 유례없이 기승을 부린 늦더위 여파다. 단풍이 지각하면서 팔공산 일대 상인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10월 말인데 아직 푸른 팔공산…단풍 보다 상인들 눈시울이 먼저 붉어졌다
2020년 11월 초 대구 동구 팔공산의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는 모습(왼쪽)과 2024년 10월 24일 오후 같은 팔공산의 현재 모습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이어진 이상고온 현상으로 인해 단풍을 붉게 물들이는 ‘안토시아닌’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아 단풍이 늦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단풍의 색깔과 절정 시기가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붉은 단풍을 감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anm.com
기상청의 '유명산 단풍현황'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팔공산에는 아직 첫 단풍이 들지 않았다. 기상청은 산 정상부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 단풍이 시작된 것으로 간주한다.

각 기관에서 지난달 내놓은 예상보다도 단풍이 더 늦어지고 있다. 산림청은 팔공산의 경우 오는 26일 단풍이 절정(50% 이상이 붉게 물들었을 때)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 기상 업체인 '웨더아이'도 팔공산에 첫 단풍이 지난 18일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당시에도 각 기관은 9월 늦더위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늦은 단풍을 예상했었다.

단풍이 늦어진 건 9월 늦더위에 이어 10월에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단풍은 하루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엽록소가 파괴되며 붉은 색깔을 띤다.

대구지역의 이달 평균 최저기온은 이날 기준 13.9℃로,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단 하루도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기상청은 중기예보를 통해 다음 달 3일까지도 대구의 최저기온은 11~15℃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기후변화로 늦어진 '단풍 특수'에 팔공산 일대 상인들은 적잖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특히, 팔공산 갓바위지구 상가번영회 주관으로 25일부터 3일간 '2024 팔공산 갓바위 단풍축제'가 열릴 예정인데, '단풍 없는 단풍 축제'가 예상돼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원 갓바위지구 상가번영회장은 "축제는 두 달 전부터 계획해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인데, 아직 단풍이 채 20%도 들지 않았다. 늘 상강이 지나면 팔공산 전체가 붉게 물들었는데, 올핸 아직도 전체가 시퍼렇다. 축제가 코 앞인데 어쩌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동화지구의 한 상인도 "원래 10월 말이 되면 팔공산 전체가 들썩였는데,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추세대로라면 팔공산에는 11월 초·중반이 돼야 단풍이 들 것 같다"며 "올봄에는 벚꽃 피는 시기가 늦어 말썽을 부리더니, 이젠 단풍마저 말썽을 부리고 있다. 기후 변화 때문에 꽃이나 단풍 시기를 예측할 수가 없으니 축제 일정 잡기도 점점 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박영민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