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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돌 맞아도' 민심에 정주행해야

2024-10-31

대통령실, 주군 심기만 옹위
'한동훈 대표 격하한' 미장센
명태균엔 묵묵 '의문의 1패'
대통령 지지율 대구경북 26%
윤-보수 디커플링 시작됐나

[박규완 칼럼] 돌 맞아도 민심에 정주행해야
논설위원

윤·한의 빈손 회동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은 "돌 던져도 맞고 가겠다"며 은유법을 구사했다. 같은 날 한동훈 대표는 "민심만 따라 가겠다"는 직설의 언어를 썼다. 하나 같이 함축적 의미가 담겼지만 두 사람 간 간극은 또렷했다. "돌 맞고도 가겠다"는 건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누구의 돌인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야당의 돌, '친한'의 돌을 넘어 국민이 던지는 돌까지 맞고 가겠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계속 민심에 맞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한 대표의 "민심만 따르겠다"는 말엔 국민에 대한 소구력을 '3대 요구'의 추진엔진으로 삼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 요구한 '한남동 라인' 정리,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규명 협조는 여론 호응이 높다. NBS 전국지표조사에선 응답자 73%가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에 찬성했다. 국민은 한남동 관저 이전을 주도한 '여사 라인'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과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의 공공기관장 임명 여부에 촉각을 세운다.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고도 건재한 K행정관도 앵글에 포착돼 있다.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불기소 역시 부정적 여론이 강하다.

'한남동 라인'뿐 아니라 이참에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워낙 헛발질 하는 참모들이 많아서다. 대통령실이 내놓은 윤·한 회동 '스틸 컷'은 그 상징적 장면이다. '한동훈 대표를 격하한' 미장센은 누가 봐도 작위적 연출이다.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함의가 담긴. 그래놓곤 '한 대표 홀대' 논란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 아니다"고 반박했다. 저능한 건지 무능한 건지 헷갈린다. 연극·영화에서도 미장센은 핵심이다. 시진핑에겐 면담장소의 좌석 배치가 고도의 정치행위다.

대통령실은 능력은 모자라면서 러프하다. 윤·한 회동 후 한 대표가 "대화를 각색하지 말고 예스냐 노냐 답하라"고 말하자 "대통령실을 향해 침 뱉는 것"이라고 거칠게 반응했다. 2022년 8월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을 때 대통령실은 "야스쿠니에 직접 가지 않는 선에서 고민한 듯하다"며 일본총리 대변인 같은 말을 했다. 그런 해량은 일본한테만 발동하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에게 '납작 엎드리는' 모습도 의아하다. 명씨의 폭로를 허구로 돌릴 명쾌한 해명이 없다. 대통령실의 주특기 고소·고발도 이번엔 잠잠하다. 소셜 미디어엔 "대통령실 의문의 1패"라며 키득거린다. 대통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2대 공신이 대통령실과 '친위대' 검찰이란 말도 나온다. 민심보단 윤 대통령 부부 심기만 옹위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는 주장인데 일리 있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로 다시 최저점을 찍었다. 대구경북의 긍정평가도 26%로 내려앉았다(한국갤럽 여론조사). 지지율은 민심의 거울이라는데 윤석열 정부는 민심을 거스르는 '청개구리 행보'가 유난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행안부 경찰국 신설, 강제징용 배상안 등이 다 그랬다. 김 여사 특검·채 해병 특검엔 국민 60% 이상이 찬성하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섰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보수의 디커플링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보수 텃밭에서의 지지율 급락을 그 전조로 보기도 한다. 귀를 막고 버틸 계제가 아니다. '돌을 맞더라도' 민심에 정주행하는 게 대통령의 온당한 처신이다. 지지율을 높이는 정공법이기도 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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