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30대 여성 A씨 입국 과정서 봉변
일행 가방서 마약 양성 반응…A씨도 몸수색당해
생리대까지 벗는 몸수색에도 마약 안나와
A씨 "공식 사과와 보상 요구"
세관 측 "절차상 문제 없어, 시민 피해는 죄송"
<대구본부세관 제공> |
대구본부세관이 공항에서 마약 탐색을 이유로 여성 여행객의 속옷과 생리대까지 벗겼다는 주장이 나와 과잉 몸수색 논란에 휩싸였다.
17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필리핀 세부 여행을 마친 후 새벽 비행기를 타고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30대 여성 A씨가 입국 과정에서 봉변을 당했다. 함께 여행을 다녀온 일행의 가방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와 졸지에 A씨까지 몸수색을 받게 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은 A씨에게 착용 중인 여성용품(생리대)까지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세관은 마약을 여성용품에 숨겨 밀반입한 전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A씨가 손으로 바지를 앞으로 당겨 착용 사실을 보여줬지만,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아예 착용 중인 생리대를 벗어서 보여달라는 요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한 A씨가 이를 거부하자 세관 직원들은 "조사 불응 시 검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며 A씨를 겁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낯선 공간에서 불안에 떨며 바지와 속옷을 벗고 착용 중인 생리대를 벗어 담당 직원에게 전달해야 했다.
하지만, 세관의 검사 결과 A씨의 여성용품에선 마약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관은 A씨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A씨는 "(세관으로부터) 별다른 사과는 받지 못했다. 그저 출국장을 나가서 다시 착용하면 된다는 안내 멘트뿐이었다"며 "생리대가 없어 바지와 속옷은 생리혈로 인해 다시 입기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마약 양성 반응은 일행 가방에 있던 전자담배 기기의 이상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영남일보와 통화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1시간가량을 죄수처럼 수치스럽게 몸수색을 당했다"며 "의미 없이 날린 시간과 수치스러움에 대한 세관의 공식적인 사과를 원한다. 정당한 보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본부세관 측은 마약 양성 반응 검출에 따른 필요한 조사였고, 절차 상의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본 사실은 인정하며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구본부세관 관계자는 "무작위로 아무나 조사한 것은 아니다. 신변검색기에서 해당 여성분에게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규정상 신체검사는 구두와 서면 중 하나만 받아도 된다. 담당 직원이 여성 분에게 구두로는 동의를 받았고, 여성이라는 특성상 여성 직원이 대동했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마약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세관에서도 마약 검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AI를 통한 정보 분석과 직원 교육을 강화해 더 이상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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