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 뛰어넘는 호성적
비결은 입지에 걸맞은 가격
조정기 소비자 가격에 민감
연말연초 분양 단지 성패도
결국 합리적 분양가가 좌우
박주희 정경부 차장 |
올해 하반기 대구 신규 분양시장의 핫이슈는 단연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였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공급되는 이 단지는 사실 착공(2022년 7월)에 들어가기 전부터 주택수요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다가 고분양가 심사 영향으로 후분양으로 돌아섰다.
착공 이후 2년이 흐른 지난 9월 견본주택 공개 전에도 부동산카페 등을 중심으로 분양 시기와 분양가가 큰 화젯거리가 됐다. 견본주택 오픈 첫날에는 관람 대기 줄이 길게는 100m가량 이어지며 비수성구 관심 1순위 단지임을 실감케 했다. 이는 청약 흥행으로 연결됐다. 1순위(해당·기타 합계) 청약 접수 결과 평균 청약경쟁률 11.28대 1, 최고 경쟁률 33.93대 1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것은 초기 분양 계약률이었다. 정당계약기간 3일 동안 계약률이 70%나 됐고 예비당첨자 계약 후 계약률은 완판에 가까운 98%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지어 이 단지의 분양 관계자도 계약률이 잘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고 말할 정도였다. 분양 활황기였던 2018~2020년에도 100%에 가까운 초기 계약률 수치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침체된 대구 분양시장에서도 수요가 분명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가 놀라운 분양 호성적을 낸 최대 비결로는 입지에 걸맞은 가격이 지목된다.
분양가는 84㎡ 기준으로 평균 6억3천490여만원(중도금 무이자에 발코니 확장비·시스템에어컨 등 포함)이었다. 남구에서 비싼 가격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근 공사비 인상에 따른 분양가 상승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시공사에서도 입지와 대단지 조건은 이미 갖춘 만큼 분양가 선정에 고심을 거듭했다. 중구 남산동 아파트 시세보다 10~20% 낮은 가격에 공급해야 수요 유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는 'e편한세상 명덕역 퍼스트마크'의 성공 분양이 지역 신규 분양시장에 쏘아 올린 공은 '분양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정기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자들은 가격에 가장 민감해진다.
한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대구에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9천세대에 가까운데 미분양 아파트도 판매조건 변경이 아니면 가격이 고정돼 있는 것이다. 할인·초기 부담금 완화 등의 혜택으로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가격으로 낮춰야 계약이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최근 대구 분양시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탈(脫)동조화 현상이다. 예전에는 한 아파트 단지의 분양이 성공하면 시장 전체에 번지는 훈풍이 있었지만 요즘은 한 단지의 성공이 전체 시장을 끌고 가는 힘이 없다. 되는 단지만 되고 시장 전반으로 온기가 번지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
연말 연초 신규 분양 단지들이 속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구의 분양단지의 운명은 결국 입지와 가격으로 판가름 나고 있다. 부동산 카페·카톡방 등 정보 홍수 속 스마트함을 장착한 부동산 수요자들은 가격·입지·단지 규모·브랜드 등을 따져 손해보지 않는, 가장 똘똘한 선택을 하려 한다. 결국 신규 대구 분양시장에서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는 분양가가 쥐고 있다.
박주희 정경부 차장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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