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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직터뷰] '대한체육회장 출사표' 대구 출신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2024-12-11

"경찰 수사 받는 체육대통령…3연임 막아내고 '3不' 바로잡아야"

[논설위원의 직터뷰] 대한체육회장 출사표 대구 출신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은 "대한민국 체육의 요람인 대한체육회가 분열과 반목의 늪에 빠져들었고 점점 사유화되고 있다"고 비판한 뒤 "공정과 상식이 최우선 가치를 가지는 조직으로 만들어 체육인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협회로 거듭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공정과 상식. 바람직한 세상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이런 단어들이 가진 가치가 외면 당하거나 지켜지지 않을 때 불만과 불편이 싹트게 되고 갈등과 분열, 반목과 질시가 횡행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내로남불'은 공정과 상식을 비웃기 일쑤고, 정의와 소통을 하찮은 수준의 단어로 폄훼하는데 전위대 역할을 한다. 선택적 정의와, 그럴듯한 소통으로 포장된 불통은 그저 피아를 선명하게 구분짓는 도구로 쓰일 뿐이다. 내로남불의 원동력은 주로 위선과 독선에서 나온다. 강력한 지도력과 독재는 힘의 원천이나 집행과정이 엇비슷할지언정,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결과적으로 국가나 조직의 발전이 이뤄졌다면 지도력이지만,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전횡을 일삼았다면 독재인 것이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든, 공정과 상식이 훼손되면 구성원 다수는 언짢을 것이며, 분노를 느낄 만큼 심해지면 누군가는 이를 바로 잡으려 나서기 마련이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대구 출신 박창범(55) 전 대한우슈협회장의 출마의 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능인고 시절 태권도 등 무도 수련해
예의·정직 배워 인생항로에도 영향
우슈협회 맡아 정상화에 크게 기여

이기흥 카리스마 독선·독재로 변질
대한체육회 조직 사유화 비판 직면
선수·지도자·노조와 소통하지 않아

李회장 유리한 '다대 일' 선거 구도
고배 마시더라도 단일화에 나설 것


▶역대급으로 어수선한 대한체육회…'퍼스트 펭귄' 역할하겠다

대한체육회장은 흔히 '체육대통령'으로 불린다. 직함이 가지는 무게감과 대표성, 그리고 체육계에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모두를 아우르는 만큼 책임과 의무 또한 막중하다. 그런데 내년 1월로 예정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체육계가 무척 소란스럽다. 재선의 이기흥 현 회장이 3연임 도전 의사를 사실상 굳히면서 진앙지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을 제외하고도 출마를 선언했거나 유력시되는 인물만 해도 6~7명에 이른다. 대부분 이 회장의 3연임 반대 기치를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통합체육회 선거를 통해 지금 자리에 오른 뒤, 연임에 성공하면서 8년 동안 대한체육회를 이끌어 온 이 회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공(功)보다는 과(過)가 많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의 점검결과에 따라 배임과 횡령 등 비위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된 상태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점검단의 발표를 근거로 지난달 11일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고, 이 회장은 곧바로 직무정지 통보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을 하며 정부와 날을 세우는 중이다. 체육인으로서 이런 저런 상황이 못마땅하고 답답했던 박 전 회장은 태극전사들이 선전한 파리올림픽 해단식 해프닝을 계기로 '퍼스트 펭귄'이 되겠다고 마음 먹으며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공부보다 운동을 좋아했던 성장기…그 속에서 정직을 배웠다

그는 섬유공장 등을 운영했던 부친과 만석꾼이자 독립운동가 집안의 딸이었던 모친 사이 3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가정형편이 비교적 넉넉한데다, 막내여서 별다른 부족함이나 아쉬움없이 성장한 그는 스스로 '학업과는 거리가 멀었고, 어쩌다보니 꼴통짓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능인고 출신으로, 가만히 앉아서 해야 하는 공부보다는 몸을 쓰는 태권도나 합기도 등 무도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고 수련과정이나 대련을 빙자한 싸움(?)을 통해 무도의 예와 정직을 배웠다. 자신의 부족함과 함께 모자람으로 인한 패배를 인정할 줄 알며, 땀과 시간이 깨우치게 해 준 그 시절의 정직은 훗날 그의 인생항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잠시 무역회사를 다니다가 서울에서 유통업에 종사하며 경제적 여유가 생겼고 31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서울시우슈협회 부회장을 맡아 체육계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대한우슈협회 부회장과 국제분과위원장을 역임한 뒤 2015년 경선을 거쳐 제12대 대한우슈협회장으로 취임, 13대까지 연임했다. 우슈협회는 한동안 선수 및 감독 선발을 비롯, 다양한 문제로 내홍이 잦았으나 박 전 회장은 공정과 소통을 대원칙으로 협회를 운영, 정상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현재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지에서 호텔이나 골프장 개발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변화와 혁신은 시대적 요구…체육도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8월 인천공항에서 진행된 2024파리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 해단식 해프닝은 이 회장과 정부, 그리고 체육인들 간의 불편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인 동시에, 독단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박 전 회장의 생각이다. 역대급 성적을 내고 금의환향한 선수들을 국민과 가족들이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여야 함에도 불구, 정말 간단하고 초라하게 끝났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래서는 안된다고 했다. 100만 체육인들의 사기(士氣)와 발전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조직이 수장 개인의 판단과 감정으로 휘둘리게 되면 조직의 존재가치가 사라짐은 물론, 퇴행 역시 불가피하다.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초까지 이 회장의 3연임 반대 단식투쟁에 나섰던 그는 "사유화됐다는 내·외부의 지적을 받고 있는 대한체육회가 다시 바로 설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 부도덕·불공정·불합리를 몰아내는데 선봉장이 되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이 측근 위주의 인사 등을 비판하며 이 회장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진종오 의원(국민의힘)이 박 전 회장 단식장을 찾아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은 "이 회장 첫 임기때는 여러가지 노력을 했고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연임 이후 카리스마가 독재·독선으로 변질됐고 선수·지도자·노조 등과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으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했다. 그는 우슈협회 정상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값진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구성원들이 뭘 원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소통을 통해 파악하고 정리한 뒤, 오로지 공정과 상식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다대 일' 구도가 이 회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에 동의하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다. 비록, 고배를 마시더라도 체육인으로서 소신과 기개를 보였고 훗날 역사가 자신의 본심을 기록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고향이 청도이고, 자신은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대구경북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그는 한국 체육사에 굵은 획을 그은 고(故) 김운용 세계태권도연맹 회장(제31~33대 대한체육회장)과 고(故) 박상하 국제정구연맹회장(대한체육회 부회장 역임) 등 지역출신 대선배들의 명맥을 이어가고 싶은 바람도 갖고 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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