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뒤집힌 MZ 영끌족의 운명
“이젠 현금 비중 조절 같은 전략이 필요할 때”

MZ 투자자가 주식 차트를 바라보며 불안한 심경을 드러내는 저녁 풍경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이미지. 구글 이미지FX.
“하루는 바닥, 다음 날은 천장… 멘탈이 남아날 리가 없죠."
미국 증시의 급등이 MZ세대 '영끌족'의 불안한 심리를 다시 뒤흔들었다. 단기간 폭락과 폭등을 오간 시장 흐름에 투자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날 급락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주식시장이 하루 만에 180도 방향을 틀자 후회와 허탈, 공포가 뒤엉킨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등했다. 나스닥지수는 하루 만에 12.16% 상승했고, S&P500과 다우지수도 각각 9.52%, 7.87% 치솟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001년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국내 시장도 급반등했다. 이날 개장 직후 코스피200 선물은 5.76%, 코스닥150 선물은 6.08% 폭등하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양쪽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됐다.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9일 국내 증시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장과 함께 폭락했다. '영끌'해 투자한 20~40대 투자자들은 대출금 걱정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일부는 결국 손절을 결심했다. 그러나 단 하루 만의 반등에 이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직장인 김모(33)씨는 “미국장이 너무 떨어져서 어제는 자기 전에 매도했다"며 “그런데 아침에 보니 상상도 못한 반등이 와 있었고,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손실이 문제가 아니라 빚을 안고 투자한 상태라 마이너스만 막자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급반등할 줄은 정말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반응이 넘쳐났다. “내가 팔고 난 뒤에만 올라간다", “투자를 접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이 장세는 진짜 조울증 유발 수준" 등의 글이 줄을 이었다.
자취생인 사회초년생 박모(29)씨도 출렁이는 시장 흐름에 지쳐가고 있다. 박씨는 “월급도 많지 않은데, 매달 이자 내며 '존버' 중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너무 무서워서 일부를 정리했더니 어제는 그 종목이 15% 넘게 올랐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미국장이 아니라 트럼프장이 됐다", “한 사람 입에 전 세계가 끌려다닌다"며 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발언 하나에 글로벌 시장이 극단적으로 요동치고 있다"며 “개인 투자자일수록 시장의 급등락보다는 현금 비중 조절 등 방어적 전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지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