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징계 시효 경과로 ‘면죄부’ 받은 회계사 31명
“회계사 공적 책임 강화·기업회계 투명성 확보 차원”
<유영하 의원>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회계조사국 회의실은 상장사들의 정기 사업보고서 심사 기간마다 불이 꺼지지 않는다. 조사관들이 수만 페이지에 달하는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를 대조하며 부정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은 보통 수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이어진다. 하지만 어렵게 위반 사실을 찾아내고도 허탈하게 서류를 덮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현행 3년이라는 짧은 징계 시효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구갑)은 이처럼 회계 부정 적발과 처벌 사이의 시차로 발생하는 행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인회계사법상의 징계 시효를 5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다 끝났는데 시효가 어제까지…" 현장의 한계
실제 회계 감리 현장에서는 '시효와의 싸움'이 비일비재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분식회계는 발생 즉시 드러나지 않고 2~3년 뒤 기업 내부 제보나 정기 감리에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는데도, 징계위원회에 올리려는 시점에 이미 발생일로부터 3년이 지나 제재를 포기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징계 시효 경과로 처벌을 면한 회계사는 31명이다. 이들 중 약 70%인 21명은 감리 과정에서 위반 사실이 확인됐으나, 시효가 이미 지났거나 징계 절차를 밟기에 남은 시간이 너무 짧아 면죄부를 받았다.
◆감리 주기와 시효의 '데칼코마니'… 구조적 맹점
문제의 핵심은 징계 시효와 감리 주기가 동일하다는 점에 있다. 현재 금감원이 기업과 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감리인 감리'는 보통 3년 단위로 돌아온다. 정기 감리에서 직전 회차의 부실 감사 정황을 잡아내더라도, 이미 3년의 시간이 흘러 징계권이 소멸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세무사와 관세사는 이미 법 개정을 통해 징계 시효를 5년으로 운용 중이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 불리며 더 높은 공적 책임이 요구되는 회계사만 유독 짧은 시효를 적용받는 것은 제도적 미비라는 지적이다.
◆"회계 투명성, 시장 질서 확립의 토대"
유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회계사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고, 부실 감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징계 시효가 5년으로 늘어나면 감리 시스템과의 시차 문제가 해결되어, 뒤늦게 발견된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실효적인 엄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공인회계사는 민간 전문가를 넘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감시하고 시장 경제의 근간을 지키는 핵심 주체"라며 "이번 법안 발의는 회계사의 책임을 강화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건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식
정치 담당 에디터(부국장)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