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선호도에
서울 집 안전자산 인식
지방과 양극화 부추겨
다른 현실엔 다른 진단
지방맞춤형 늦춰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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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경제팀장 |
그가 서울에 집을 사둔 건 서울에서 살 집이 필요한 까닭도 있지만, 지금 같은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에 자산을 유지하고 지킬 수 있는 수단이 서울 집만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돈 좀 벌어보겠다'는 적극적인 투자의 태도가 아니라 안전자산의 개념으로 '서울 집'을 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인구소멸이 가속화되는 지방에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 서울의 아파트는 안전자산으로 가치가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인식은 그저 전망이나 가정이 아니라 팩트로 확인되고 있는 게 2025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만해도 '서울 임장' 후기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임장 루트, 서울 임장보고서가 공유되면서 서울행을 더 부추기기도 한다. 지방에 살면서 서울 임장을 택한 일련의 사례들이 비단 그들만의 특별한 이야기일까. 아니라는 게 문제다.
서울 아파트 매입 4건 중 1건 이상은 외지인이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거주지별 아파트 매매거래를 살펴보면 지난 2월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도 한 달 전보다 49% 증가했다. 외지인 비중은 27%를 넘었다.
'똘똘한 한 채'가 이제는 '똘똘한 서울 집 한 채'가 되면서 지방과 서울의 부의 양극화를 낳고 있다.
대구의 아파트 매매 중윗값은 최근 조사인 3월 기준으로 2억5천300만원이다. 중윗값은 대구 전체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하는 값을 말한다. 대구에서 딱 중간 수준의 아파트값이 2억5천여만원이라는 의미인데, 같은 시기 서울에서 전용면적 84㎡(33평형) 아파트가 70억원에 거래됐다.
3.3㎡(평)당 2억1천200여만원인 셈인데 이 아파트 1평을 살 돈으로 대구 중간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게 된다. 극단적 비교이긴 하지만 사람과 돈이 몰리는 서울과 지방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짧게는 올해만 봐도 서울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대구는 73주째 하락세가 계속되며 그 차이를 또 벌렸다.
서울과 대구, 서울과 지방의 이러한 다른 현실은 다른 진단과 다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6월3일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는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정책들도 시행될 것이다.
어떤 대선 후보는 출사표를 던지며 시대정신으로 '통합의 시대'를 화두로 던졌다. 초양극화의 시대, 상대적 박탈감의 시대, 상실감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또 어떤 후보는 똘똘한 '서울 집' 한 채가 낳고 있는 부동산의 초양극화를 염두에 둔 듯, 지방 아파트 매매에 한해 세제혜택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이렇게 던진 화두와 공약, 정책적 제안들이 단발성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대구, 수도권과 지방을 분리하는 맞춤형 정책이 늦어져서는 안된다. 똘똘한 '서울 집' 한 채의 공포가 커진다.
윤정혜 경제팀장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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