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취재진 21일만에 유심 교체
온라인 예약 17일만에 새 유심 입고 문자
19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SK텔레콤 대리점. 입구에는 유심 교체 안내문과 신규가입 중단 등 각종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동현기자
SK텔레콤 유심 변경 신청서. 이동현기자
대구 북구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 유리벽에 '신규 가입 중단' 공고가 나붙있다. 판매 수익을 포기하고 보안 위험이 제기된 유심(USIM) 교체 업무에 전념하겠다는 배수진이다. 지난달 28일 사태 발생 이후 3주가 흘렀지만, 현장은 번호 탈취와 비대면 금융 사고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줄서기로 마비 상태다.
예약 시스템 혼선에 대기 시간만 '두 시간'
19일 오후 2시, 대리점 내부는 보안 불안을 호소하는 고객과 대응 인력 간의 실랑이로 북새통을 이뤘다. 유심 교체는 1월 28일 온라인 예약을 시작으로 현재 무상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예약 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취재진이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확인차 방문한 대리점에서는 "현장 접수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안내가 돌아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신청 데이터가 우선 처리되면서 현장 방문객들의 대기 시간만 늘어나는 혼선이 빚어졌다. 온라인 신청자가 교체 안내 문자를 받기까지는 평균 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북구 읍내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 씨(34)는 "문자를 받고 반차를 써서 왔는데도 대기 번호표를 받으니 앞 대기자만 20명이 넘는다"며 "유심 하나 바꾸는 데 두 시간 가까이 소요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변경 신청서' 한 장에 담긴 번거로운 절차
교체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고객은 이동전화번호, 성명, 생년월일을 기재한 '유심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고 신분증 대조를 마쳐야 한다. 유심을 새로 끼운 뒤에도 고난은 이어진다. 기존 유심에 저장된 교통카드 정보와 휴대폰 간편결제(페이) 서비스 등을 사용자가 일일이 재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리점 입구 쪽 의자에 앉아 결제 앱을 다시 실행하던 자영업자 이 모 씨(52)는 "유심을 바꾸고 나니 마트에서 쓰던 페이가 다 풀려서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장사하다 말고 나와서 결제 등록까지 새로 하려니 번거로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리점 직원은 유심 교체 후 쓰던 칩을 신분증 뒤에 붙여주며 "구형 버전은 보안상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무한 반복했다.
금융 사고 공포와 '정신적 피해보상' 목소리
대리점 측은 근래 개인정보 누출 사고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고객들의 불안은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 가능성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유심 탈취를 통한 비대면 금융 사고 발생 시 건당 피해액은 평균 2,000만 원에 달한다.
대기 행렬 속 한 시민은 "보안 사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며칠간 잠을 설쳤는데, 교체 과정마저 지연되니 화가 난다"며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대구 지역 대리점들의 유심 관련 업무 비중은 평시 대비 80% 이상으로 치솟아 일반적인 개통 업무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SK텔레콤 측은 유심 교체를 통해 보안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영업권까지 포기하며 대응에 나선 대리점 현장은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모습이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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