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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산 산불 1년…현실화 된 대구 ‘도심형 산불’

2026-04-27 21:03

‘함지산 산불’로 사흘간 도심 생활권 위협
산림과 인접지 거주 대구시민 42만6천명
지역 ‘산불 위험일’도 10년 새 62% 증가

지난해 4월 28일 밤 대구 북구 노곡동과 조야동 일대에서 산불이 번지며 서변동 방향으로 짙은 연기와 불길이 확산하고 있는 모습.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해 4월 28일 밤 대구 북구 노곡동과 조야동 일대에서 산불이 번지며 서변동 방향으로 짙은 연기와 불길이 확산하고 있는 모습.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해 4월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은 사흘간 도심 생활권을 위협했다. 노곡동에서 시작된 불길은 함지산 능선을 타고 조야동과 서변동 등 주거지 인근까지 번졌고, 전국 단위 소방력 동원으로 이어졌다. 대구에서도 '도심형 산불'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함지산 산불은 대구의 재난 대응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당시 함지산 산불이 인명 피해 없이 진화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발화지 인근의 양호한 담수 여건 등 일부 유리한 조건을 꼽는다. 하지만 상황이 늘 같을 수는 없다. 산자락 인근에 주유소와 공장, 창고 등 위험시설이 밀집한 곳에서 산불이 발생한다면 단순 산림 화재를 넘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도시 복합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오전 찾은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피해지에서 위험목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경모기자

27일 오전 찾은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피해지에서 위험목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경모기자

◆ 도심을 위협한 대형 산불과 긴박했던 사투


지난해 4월 28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 일대에서 시작된 불길은 대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형 산불로 번졌다. 함지산 능선을 타고 확산했고, 주거지와 도로가 맞닿은 도심 경계부까지 위협했다. 발생 사흘째인 5월1일 기준 산불영향구역은 축구장 약 440개(310㏊) 크기에 달했다.


당시 산자락과 맞닿은 주택가, 도로, 학교, 문화재 인근 지역으로 불길이 번지면서 주민 대피와 교통 통제, 전국 단위 소방력 동원까지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산불 확산세가 커지자 국가소방동원령도 두 차례 발령했다. 주거지가 밀집한 도심 특성상 대구 자체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도심형 산불의 핵심인 '방어선'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진화 작업은 산림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불길이 생활권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산불이 능선을 따라 번지는 동안 주민대피령은 노곡동, 조야동, 서변동 일대로 확대됐고, 주민 약 6천500명(3천514세대)가 피신해야 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함지산 일대가 금호강과 낙동강 지류 등 담수 여건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산불 현장과 담수지가 가까웠던 덕분에 불길이 도심을 덮치기 전에 공중 진화가 비교적 빠르게 반복될 수 있었다.


◆ 위험목 제거 뒤 조림·사방사업 본격화


1년이 흐른 이달 27일 오전 11시쯤 다시 찾은 함지산 일대는 여전히 화마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었다. 불길이 지나간 산비탈은 나무가 사라져 민둥산처럼 드러났고, 일부 구간에는 검게 그을린 나무와 잘려 나간 그루터기가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당시 산불 피해를 직접 겪은 조야동 일대 주민들은 1년 전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희숙(여·62)씨는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온 동네가 연기로 뒤덮이고,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불이 산에서만 나는 줄 알았는데, 우리 집 바로 뒤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고 말했다.


북구청은 산불 피해지 복구의 첫 단계로 위험목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불에 타거나 약해져 쓰러질 우려가 있는 나무를 걷어낸 뒤 조림과 사방사업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당장 식재를 진행하기보다, 우기를 앞두고 토사유출과 산사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산림 안정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구청 변미향 산림보호팀장은 "산불 피해 위험목 제거 사업이 먼저 선행돼야 그 뒤에 조림을 할 수 있다"며 "위험목 제거는 상반기 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소유주 동의 과정 등을 거쳐 가을 적기에 식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이틀째인 지난해 4월 29일 오후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영남일보DB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이틀째인 지난해 4월 29일 오후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영남일보DB

◆ 시민 5명 중 1명, '도심형 산불' 사정권


함지산 산불을 계기로 대구의 재난 지도는 재조명됐다. 대구는 팔공산을 비롯해 앞산과 와룡산, 함지산, 도덕산 등 크고 작은 산이 도시 외곽을 둘러싼 분지다. 산자락을 따라 아파트와 마을, 도로, 공원, 등산로가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 대구시민 5명 중 1명은 도심형 산불에 취약한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전국 WUI(도시-산림 접경지) 구역 산불 취약성 지수'에 따르면 올해 초 대구의 산림 접경지 노출 인구는 42만6천명에 이른다. 북구 함지산·도덕산 인근에 11만8천명이 분포해 가장 많았다. 이어 앞산(달서구·남구) 인근 10만5천명, 가창산·범어산(수성구) 9만2천명, 달성군·동구 등 기타 산림 인접 권역 11만1천명 등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산불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대구 지역 실효습도 및 강풍 발생 추이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대구의 산불 고위험일(실효습도35%이하, 최대순간풍속 초속 10이상)은 2015년 112일에서 2025년 182일로 62%가량 껑충 뛰었다. 과거 산불 위험이 주로 봄철과 가을철에 집중됐다면, 이젠 겨울부터 초여름까지 사실상 1년 중 절반이 산불 위험에 놓인 구조다.


계명대 김해동 교수(환경공학과)는 "최근 산불 위험은 단순히 비가 적게 오는 문제만이 아니라 고온과 건조, 강풍이 함께 나타나는 방식으로 커지고 있다. 대구처럼 산지가 도시를 둘러싼 지역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생활권으로 이동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칫하면 대형참사" 도심형 산불 대응책은?


대구시는 이러한 양상에 대응해 도심형 산불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1천608억원을 투입해 AI(인공지능) 감시카메라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며, 내화수림대 조성, 임도 확보, 산불 진화장비 보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구시 김옥재 산림녹지관리과장은 "함지산 산불에서 드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 잘된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5개년 장기계획을 세우고, 도심형 산불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가장 큰 방향성은 산불에 강한 숲과 마을 환경을 만드는 것"고 말했다.


이어 "산불 대응 단계에선 장비 보강이 핵심"이라며 "기존 산불 진화차량만으로는 도심형 산불 대응에 한계가 있어 다목적 산불진화차를 도입하고, 구·군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산림녹지과를 재난안전실로 이관한 것도 산불을 단순 산림 관리가 아니라 시민 안전과 직결된 재난으로 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건축 환경에 대한 방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거지나 공장지대에 산재한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가연성 외장재, 주유소, 창고 등이 '불쏘시개'가 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대구지역 2차 폭발 및 산림인접(200m) 고위험 시설물은 142개소에 이른다.


대구보건대 백찬수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함지산 산불은 그나마 담수원이 발화지 인근에 있어 운이 좋았던 편이다. 만약 앞산처럼 가까운 곳에서 담수원 확보가 어려운 지역에 불이 난다면 초기 진화가 늦어지고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심엔 주유소, 공장, 창고 등 화재 확산의 매개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불씨가 어디로 옮겨붙을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현장에서 화점을 파악하고 진화 방향을 잡는 것은 더 힘겹기 때문에 사전에 대응법을 미리 판단해 매뉴얼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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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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