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606022132140

영남일보TV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타닥타닥’ 아날로그 손맛 즐기며 스위치 조립은 내 취향대로

2025-06-06 08:10
웹소설 작가 펭구씨가 보유 중인 기계식 키보드. 숫자 키패드를 제거해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기본적인 펑션키(F1~F12), 방향키 등은 그대로 살린 '텐키리스'(87키) 배열이다. <본인 제공>

웹소설 작가 펭구씨가 보유 중인 기계식 키보드. 숫자 키패드를 제거해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기본적인 펑션키(F1~F12), 방향키 등은 그대로 살린 '텐키리스'(87키) 배열이다. <본인 제공>

웹소설 작가 펭구씨가 보유 중인 기계식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와 키캡(스위치를 덮는 뚜껑)을 바꿔 끼울 수 있어 취향에 맞게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본인 제공>

웹소설 작가 펭구씨가 보유 중인 기계식 키보드.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와 키캡(스위치를 덮는 뚜껑)을 바꿔 끼울 수 있어 취향에 맞게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본인 제공>

"작품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장비가 키보드예요.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에 빠져 키보드를 하나둘씩 모으다보니 어느 순간 키보드 덕후가 돼버렸어요. 이 취미 덕에 작가로 즐겁게 일하고 있죠."


웹소설 작가 펭구(필명·25)씨는 '키보드 덕후'다. 작가 생활을 하기 전 촬영 스태프 보조 일을 할 때였다. 스튜디오에서 일을 알려주던 디자이너의 멋스러운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 디자이너의 작업 공간을 구경하다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알게 됐다. 키보드 하나에 2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는 사실은 충격이자 신세계였다. 디자이너는 빙긋 웃으며 키보드를 직접 두드려보라 권했다. 키보드를 누른 순간 펭구씨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짜릿한 감각과 소리에 사로잡혔다.


"멤브레인 키보드만 쓰다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써본 순간인데, 키보드를 누르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 일인지 몰랐어요. 그날 이후 기계식 키보드에 빠졌죠."


그렇게 키보드를 모아 현재 보유 중인 제품만 여덟 대. 처분한 제품까지 합하면 열 대가 넘는다. "기계식 키보드는 키보드를 누르는 촉각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마음에 쏙 드는 키보드를 두드릴 때 느껴지는 타건감의 만족도는 최상이죠. 아무리 두드려도 질리지 않아요. 다양한 스위치와 키캡을 조합할 수 있다는 점도 덤이고요. 최근 멤브레인 키보드도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은 따라오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시각·촉각·청각 만족' 감성 아이템, 커스터마이징 매력까지


단순한 입력도구 넘어 취향템으로 자리매김

나만의 개성·스타일 담은 키보드 조립 유행

PC방용 '청축' 타자기 치는 듯한 재미 선사

타이핑 피로도 낮은 '적축' 장시간 작업시 선호

'갈축' 청축보다 소음 적고 타건감도 적당한 편

특유의 경쾌한 타건감 스트레스 해소 효과

ASMR영상·리뷰 등 관련 콘텐츠 인기몰이


손맛부터 커스터마이징까지…기계식 키보드의 무한 매력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력 도구로만 여겨졌던 키보드가 '취향의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키보드는 PC를 구입하면 덤으로 주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나만의 키보드를 직접 찾아 나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키보드 수집은 게임·전자기기 마니아들의 취미였지만 이제는 작가, 직장인, 학생 등 대중적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계식 키보드'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계식 키보드는 경쾌한 소리와 타건감으로 게이밍 키보드로 흔히 알려져 있다. 사무실 등에서 많이 쓰이는 멤브레인 키보드와는 또 다른 매력이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소음이 적은 대신 타건감이 묵직하고 덜 정밀하다. 이와 달리 기계식 키보드는 키마다 개별 스위치(키를 누를 때 촉감과 소리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가 있고, 이 스위치 안에 스프링과 접점이 들어 있어 정확하고 뚜렷한 키 입력이 가능하다.


기계식 키보드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키보드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 스위치와 키캡(스위치를 덮는 뚜껑)을 바꿔 끼울 수 있다. 스위치 종류에 따라 소리와 타건감, 반응 속도도 천차만별이라 각기 다른 손맛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청축, 갈축, 적축이 있다. PC방 키보드로 흔히 알려진 청축은 타건 시 '딸깍' 거리는 청량한 소리가 특징이다. 마치 타자기를 두드리는 듯한 느낌으로 타이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적축은 부드러운 타건감으로 소음과 손가락의 피로도가 적어 장시간 타이핑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갈축은 청축보다는 소음이 적으면서 타건감을 적당히 느낄 수 있어 많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스위치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키보드를 테스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매력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사무실 내에서 사용하는 직장인이 많아지면서 최근엔 저소음인 스위치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같은 저소음 키보드라도 제품에 따라 '소곡소곡' '타각타각' '도곡도곡' 등 타건 소리가 모두 달라 선택의 폭이 넓다. 키보드 하나만 바꿔도 업무의 질이 달라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인 강모(31)씨는 "사무직 일을 하다 보면 하루종일 키보드와 붙어 사는데, 취향에 맞는 기계식 키보드를 장만하니 일하는 게 즐거워졌다. '도곡도곡' 조약돌 소리가 귀에 꽂혀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고 싶다"며 "현재 사용 중인 스위치에 질리면 다른 스위치도 구매해 바꿔보려 한다"고 말했다.


키보드 본체의 키 배열도 다양하다. 가장 보편적인 풀배열(104키)은 오른쪽 숫자 키패드를 포함해 모든 키가 담긴 배열이다.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텐키리스(87키)는 숫자 키패드를 과감히 제거해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기본적인 펑션키(F1~F12), 방향키 등은 그대로 살린 배열이다. 방향키와 일부 편집키(Insert, Delete, Home 등)를 없애 키보드를 최대한 간편하게 만든 60% 배열도 있다. 65% 배열은 60% 배열에 방향키와 일부 편집키(Insert, Delete, Page Up/Down 등)를 더해 타건 편의성을 높인 형태다. 작은 LED 화면이 달려 있거나 투명 키캡으로 꾸며지는 등 디자인도 다채롭게 나오고 있다.


관련 콘텐츠도 열풍…연평균 시장 성장률 12%

지난해 10월 대구 달서구 전자랜드 죽전점에 문을 연 키보드 전문 판매점 '세모키' 매장. 조현희기자

지난해 10월 대구 달서구 전자랜드 죽전점에 문을 연 키보드 전문 판매점 '세모키' 매장. 조현희기자

대구 달서구 전자랜드 죽전점 '세모키' 매장에 기계식 키보드들이 진열돼 있다. 조현희기자

대구 달서구 전자랜드 죽전점 '세모키' 매장에 기계식 키보드들이 진열돼 있다. 조현희기자

이처럼 기계식 키보드는 '커스터마이징'과 타건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의 매력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는 '제2회 서울 기계식 키보드 박람회'(SMKY 2025)가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대구에도 지난해 10월 키보드 전문 판매점 '세모키'(세상의 모든 키보드)가 달서구 전자랜드 죽전점에 문을 열었다. 영남지역 키보드 전문 매장 중에선 최대 규모로 100여종의 제품을 판매한다.


전자랜드 죽전점 세모키 매장에서 만난 김이서 전문상담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자기기에 관심있는 연령대 높은 고객들이 기계식 키보드를 찾았는데, 요즘엔 20~3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라며 "기계식 키보드는 주로 게임용으로 사용됐는데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사무용으로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했다.


제품의 가격대도 낮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2만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멤브레인 키보드와 달리 기계식 키보드는 소수의 제조사만이 생산해 저렴한 제품도 10만원을 넘어가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중국계 스위치 제조사들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부품 단가가 낮아지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5만원대의 '가성비'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소비 장벽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키보드 전문 유튜브 채널 '승업키보드'의 키보드 리뷰 숏폼 영상. <유튜브 캡처>

키보드 전문 유튜브 채널 '승업키보드'의 키보드 리뷰 숏폼 영상. <유튜브 캡처>

관련 콘텐츠들도 인기를 얻으며 시장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추세다.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기계식 키보드 추천·리뷰 게시물부터 타건 ASMR(청각 자극) 영상 등까지 올라온다. 댓글에는 "(소리를) 듣기만 해도 힐링된다"의 반응과 함께 키보드 관련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기계식 키보드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1억2천720만달러에서 2031년 1억8천256만달러까지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홍주 숙명여대 교수(소비자경제학과)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며 "타이핑 속도나 집중력을 높이는 등 프로페셔널한 이미지까지 더하려는 소비 심리도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SNS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비가 확산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선 직장 동료가 사용하는 키보드를 옆에서 보며 '나도 써보고 싶다'는 모방 심리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계식 키보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