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대선 기간 한때 민주당을 중도 보수라고 칭했지만, 민주당은 한국에서 진보좌파에 속한다. 이념적으로 자유나 개인의 의지보다는 평등과 배분을 중시하고, 경제정책에서도 기업의 자율보다는 정부의 개입에 의한 조정을 강조한다.
대북정책에서도 전통적으로 대북 압박·강경노선을 취해온 보수정당에 비해 민주당은 소위 햇볕정책으로 알려진 대북 유화정책을 취해왔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6·25전쟁 이후 크게 위축됐으나 특유의 연대와 확장 노선을 실천하며 힘을 키워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건국 초기엔 우파가 강했던 호남을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삼는데 성공했고, 급기야 군부와 충청 출신의 김종필 세력과 연합, 역사상 최초로 집권을 이루어낸다.
김대중은 또 자신의 후계자로 경상도 출신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낙점, 지역기반을 PK로까지 확장했다. 노무현은 이어 기업 세력인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 재집권에 성공했다.
한국의 진보 세력은 그러나 두 차례 보수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이제는 독자적인 힘으로 문재인과 이재명 두 대통령을 배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제 한국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가히 50대 50으로 팽팽한 지형이 형성됐다.
그 사이 보수 세력은 자만과 내분, 부패에다 반헌법적 비상계엄까지 자행하는 자충수로 지지기반을 잃어왔다. 이념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정부와 정당을 점령해온 정치세력의 행태가 수준 이하로 전락했기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첫 인사(人事)에서 특유의 연대와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경쟁자들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할 뿐 아니라 요직에 등용해 차기 지방선거에 대비했다. 자파(自派)의 사람들을 키우는 것이다.
국무총리에 지명된 김민석 의원은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나갈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은 이미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후보로 서울시장에 도전했다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경력이 있다. 그가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에 취임하면 정치적 체급이 완전히 달라진다.
73년생으로 아산이 지역구인 강훈식 의원이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발탁된 것은 충남도지사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정무수석에 기용된 우상호 전 의원은 강원도지사 출마가 점쳐진다. 또 이 대통령이 부산 이전을 지시한 해수부 장관에 부산 출신 의원이 낙점된다면, 현 박형준 부산시장의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에 부산에서 40%의 득표를 넘겼다.
대선의 당내 경선에서 라이벌로 꼽혔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행안부 장관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링컨과 오바마 대통령이 정적(政敵)을 정부 내 2인자인 국무장관에 기용한 사례와 비슷하다.
반면 보수 세력들은 근자에 와서 당내 경쟁자들을 죽이는데 몰두해왔다. 친박, 친이 학살 논란 끝에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데 이어 2020년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는 홍준표, 유승민, 김무성 등 대권 라이벌들을 모조리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공신인 이준석 당대표를 쫓아낸데 이어 나경원 의원은 아예 당대표 출마를 저지시켰다. 한동훈 대표는 부하검사 다루듯 축출하려다가 역풍을 맞았다. 여기에 부화뇌동한 친윤 의원들은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자들이었다.
이번에 대권을 민주당에 헌납한 국민의힘 정당은 앞으로 철저히 부서지고 반성해야만 할 것이다. 하기야 국민의 힘이 보수우파인지, 권력만 좇는 정치 모리배 집단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