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703023599812

영남일보TV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무더운 여름, 마음의 피서지가 될 책 5선

2025-07-03 18:57
영남일보 주말 매거진 '위클리포유'는 무더운 여름, 마음의 피서지가 되어줄 책 5권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영남일보 주말 매거진 '위클리포유'는 무더운 여름, 마음의 피서지가 되어줄 책 5권을 소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낮 기온은 30℃를 넘고, 밤사이엔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종일 이어지는 습기와 불쾌지수. 에어컨 바람을 맞아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쉽게 예민해지는 때다. 올 여름은 유독 그렇다.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은 소란스럽고 사회는 불안정하다.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시끄러운 것 투성이다. 마음이 자꾸 멀리 향한다.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 그런데 몸은 피로하기만 하다.


여행은 꼭 비행기나 기차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이 낯선 세계로 이끄는 일도 있고, 위로가 될 때도 있으니까. 멀리 떠날 필요 없이 책이라는 가까운 여행지에 들릴 수 있다. 책상에 앉아 펼치는 몇 페이지가 때로는 더 멀고 깊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책이 여름에만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 계절은 금방 지치는 계절이다. 어느 때보다 잠시 머물 수 있는 그늘이 될 책들을 한데 모아봤다.


이번 주 위클리포유에서 소개하는 다섯 권의 책은 기자가 직접 읽고 고른 책들이다. 각자 다른 결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여름이라는 계절에 맞는 감성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책은 장마철 비처럼 눅눅하고 서늘하며, 또 어떤 책은 한 해의 절반을 달리고 지친 지금, 삶의 균형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다. 올 여름은 이 책들이 안내해주는 피서지로 떠나보자. 문장을 천천히 곱씹고 읽다 보면 어느새 무더운 계절도 한결 가볍게 지나갈 것이다. 14면에서 계속


장마철 읽기 좋은 김애란식 비극…단편소설집 '비행운'

비행운/김애란 지음/문학과지성사/350쪽/1만5천원

비행운/김애란 지음/문학과지성사/350쪽/1만5천원

여름은 양가적 이미지를 띤다. 맑고 쨍쨍한 날엔 활기차지만 비가 오고 흐린 날엔 무겁고 한없이 가라앉는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비행운' 또한 여름의 분위기가 느껴지지만 그 이미지는 후자에 가깝다. 장마철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던져놓고 인간 존재의 고독을 탐구한다.


'장마는 지속되고 수박은 맛없어진다. 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태양 아래, 잘 익은 단감처럼 단단했던 지구가 당도를 잃고 물러지던 날들이. 아주 먼 데서 형성된 기류가 이곳까지 흘러와 내게 영향을 주던 시간이. 비가 내리고, 계속 내리고, 자꾸 내리던 시절이. 말하자면 세계가 점점 싱거워지던 날들이 말이다.'(85쪽, '물속 골리앗' 중)


특히 '물속 골리앗'이 절대적인 고립을 잘 보여준다. 물속 골리앗은 재개발지구 아파트에 홀로 남은 아들과 어머니가 홍수에 갇히는 이야기다. 용접일을 하는 아버지는 평생을 일해 아파트 한 칸을 마련했지만 타워크레인에서 추락사했다.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병을 앓던 어머니마저 숨을 거두자 소년은 화장실 문짝 등으로 뗏목을 만들어 탈출하기로 한다. 물에 잠긴 마을을 떠돌다 만난 타워크레인, 골리앗. 소년은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린다. 한여름의 문턱에서 서늘함과 처연함이 느껴지는 '김애란식 비극'이다.


사유의 여행기…김영하 산문집 '여행의 이유'

여행의 이유/김영하 지음/복복서가/260쪽/1만6천800

여행의 이유/김영하 지음/복복서가/260쪽/1만6천800

여름휴가 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책 한 권을 들고 떠나보면 어떨까. 낯선 곳에서 읽는 문장이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울림을 주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여행기를 읽는 건 어떤 느낌일까. 여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봄으로써 또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면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여행의 이유'를 추천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지에서 겪은 경험을 풀어내는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을 중심으로 인간과 글쓰기, 타자와 환대, 삶의 의미로 그 주제가 확장돼 가는 사유의 여행기다. 우리가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한쪽에 미뤄둔 여행과 인생에 관한 단상이 작가의 독보적이고 깊은 인문학적 사유를 따라 각기 그 맥락과 형태를 갖춰가는 독서의 경험은 마치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여행처럼 강렬하고도 긴 파장을 남긴다. 이는 떠나기 전 여행의 의미와 목적을 가다듬기 위해, 혹은 자신이 다녀온 여행이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헤아리기 위해 수많은 독자가 '여행의 이유'를 집어드는 이유일 것이다. 2019년 출간 이후 6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여행이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사유하는 글 '여행이 불가능한 시대의 여행법'이 추가되며 새롭게 출간됐다.


다정한 완주를 향한 여름…김금희 소설 '첫 여름, 완주'

첫 여름, 완주/김금희 지음/무제/224쪽/1만7천원

첫 여름, 완주/김금희 지음/무제/224쪽/1만7천원

열매는 어린 시절 글을 못 읽는 할아버지에게 영화 자막을 대신 읽어주다가 성우의 길에 접어든다. 그런데 함께 살던 절친한 언니 수미가 수천만원의 돈을 갚지 않고 잠적한다. 이후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하고 때때로 아예 나오지 않게 된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일이 끊기고 월세를 내지 못하고 보증금을 다 갉아먹는다. 열매는 점점 더 초조해진다. 수미의 고향이 '완주리'인 것을 떠올리고 결국 그곳을 찾는데….


김금희 작가의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는 웃음 속에 담긴 슬픔도, 슬픔 속에 담긴 웃음도 모두 속깊은 다정함으로 그려내는 이야기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열매와 함께 여름 한 철 저마다의 완주를 이어간다. 읽는 이들의 마음을 환히 비추며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실된 것'을 향해 우리를 끌어당긴다.


'첫 여름, 완주'는 박정민 배우의 무제 출판사에서 펴낸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책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 작품은 종이책보다 오디오북으로 먼저 공개됐다. 소설이지만 희곡처럼 읽히고 발화 주체가 명확해 가독성이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대사와 지문이 살아있는 독특한 글쓰기로 읽는 재미를 더한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려면…애나 렘키 '도파민네이션'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지음·김두완 역/흐름출판/316쪽/1만8천원

도파민네이션/애나 렘키 지음·김두완 역/흐름출판/316쪽/1만8천원

중독성 물질,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SNS…. 오늘날 큰 보상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디지털 피로가 일상이 됐다. 한 해의 절반을 달려온 지금은 어느 때보다 쉼이 필요한 때다. 뇌의 건강을 위한, 자극을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애나 렘키 정신의학 박사의 '도파민네이션'은 이런 연습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연구와 자신이 20년 동안 만난 수만 명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정재승 뇌과학자는 "이 책은 피로사회에서 도파민으로 버텨내면서도 그 중독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우리들의 뇌에선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알려주고, '어떻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의학적으로 조언한다"고 이 책을 추천했다. 올 여름 이 책과 함께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한여름 17세 소녀의 성장 이야기 '슬픔이여 안녕'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김남주 역/아르테/204쪽/1만5천원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김남주 역/아르테/204쪽/1만5천원

17세 소녀 세실은 홀아비인 아버지와 산다. 어느 해 여름, 그들은 남프랑스의 해변에 멋진 별장을 빌려 아버지의 애인과 셋이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 그곳에 죽은 어머니의 친구인, 지적이고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놀러온다. 아버지는 총명하고 세련된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딸 세실은 미래의 어머니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품게 되어 둘 사이를 방해하는 책략을 꾸미는데….


마약 복용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세계 문단에 파장을 일으킨 극한의 자유주의자. 그 주인공 프랑수아즈 사강이 18세에 쓴 첫 번째 소설 '슬픔이여 안녕' 이야기다. 남녀 간의 심리 전개를 세심한 관찰력을 통해 단단한 문체로 묘사해 1954년 프랑스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그 해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슬픔'이라는 삶에서 처음 마주하는 감정에 관한 성찰과, 그것을 받아들이며 어른의 세계로 입문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관한 묘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로 나온 책은 김남주 번역가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번역이 더해져 사강만의 감성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작품의 이해를 돕는 글 두 편도 함께 수록됐다. 전후세대 프랑스 문단을 뒤흔든 '사강 신드롬'이 왜 일어났는지 또렷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