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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에 한나절… 화투방 아닌 어르신 사랑방이죠”

2025-07-21 17:01

[Y르포]중구 향촌동 상가에 30여곳 운영

갈곳 없는 어르신 모여 세상사 나눠

대부분 단골…함께 음식 지어먹기도

경찰 "판돈 크지않아 단속대상 아냐"


20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향촌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영업 중인 일명 '화투방'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화투를 치고 있다. 조윤화 기자

20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향촌동의 한 상가건물에서 영업 중인 일명 '화투방'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화투를 치고 있다. 조윤화 기자

21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향촌동의 한 상가 건물 2층. 복도 양쪽으로 10여개의 문이 늘어서 있다. 일명 대구 어르신들이 즐겨찾는 '고스톱방(화투방)'이다. 몇몇 문앞에는 화투패가 붙어 있었다. 문틈 사이로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한 방으로 들어서자 10여평 남짓한 공간에 녹색 천을 깐 둥근 테이블 7개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어르신 4~5명이 둘러앉아 화투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고스톱방'이 이곳 4층짜리 건물에만 30여개. 입장료 2천~5천원을 내면 '점당 100원' 판돈으로 화투를 칠 수 있다. 10여년째 고스톱방을 운영 중인 배모(77)씨는 "나이가 들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어르신들이 여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화투도 같이 친다. 점수가 아무리 잘 나도 2천원 이상 따기 어렵다. 도박이 아니라 소소한 재미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업주 배씨는 이날 수박 한 통을 잘라 테이블마다 내놓았다. 매일 발걸음을 하는 '단골손님'이 대부분이라 함께 밥을 지어 먹거나 서로가 챙겨온 음식을 나눠 먹는 일이 일상이다.


올해로 고스톱방 출입이 5년차라는 단골손님 신모(66) 씨는 "거의 매일, 4~5시간 씩 있다가 간다. 하루 2천원만 있으면 종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커피를 마시고, 서로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화투가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웃었다.


간혹 돈을 잃은 이가 판을 깨고 나가며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씨처럼 특별히 시간을 보낼 곳이 없는 어르신들이 '소소한 재미' 또는 '건강(치매예방) 관리'를 위해 모인 자리여서 처벌로 이어지진 않는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통상 판돈 20만원 이상이 오가는 도박 사건은 즉결심판에 넘긴다. 고스톱방은 판돈을 다 합쳐봐야 1만원 수준에 불과해 도박으로 보진 않는다. 실제 점당 100원짜리 화투판을 '오락'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판례도 있다"며 "공원에서 어르신들이 내기 장기를 둔다고 해서 전부 단속 대상이 되진 않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스톱방 문화가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낼 공간이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대구보건대 강상훈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고스톱방은 어르신들의 사회적 고립 해소나 공동체 유지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만큼 노인이 발 붙일 곳이 없다는 한국 사회 자화상이기도 하다. 이들이 제도권 안에서 건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제도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구청 측은 "어르신들이 보다 건전하고 안전하게 여가를 보내도록 구청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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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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