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해양수산부를 포함한 국가기관의 부산 이전'을 가능한 신속히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4월 후보 시절엔 "중단된 공공기관 이전을 조속히 재개하겠다. '무늬만 혁신도시'가 아닌 실질적 기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고, 10대 공약에 이전 공공기관 정주여건 개선 및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처럼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대구에선 벌써부터 자치구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도 1차 이전 때처럼 기존 동구 혁신도시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는 지자체선 '관련법의 존재'와 '규모의 경제'를 논하며 미완의 과제를 완성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반면, 비혁신도시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자체선 1차 이전지인 혁신도시의 어려운 현 상황을 거울 삼아 '밑 빠진 독'에 더 이상 물을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대구 신서혁신도시 전경. 영남일보DB
◆ '인프라 10년 투자' 신서혁신도시 품은 동구
29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구청은 최근 충북 음성군에서 열린 '전국혁신도시협의회 정례회'에 참석해 혁신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 및 국가 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공동건의문 채택에 참여했다.
공동건의문엔 △공공기관 2차 이전 혁신도시로 조속 추진 △혁신도시 발전지원청(가칭) 설치 등 내용이 담겼다. 동구청 측은 "동구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국비 지원과 2차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혁신도시법(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은 이전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2년 12월 중앙신체검사소를 시작으로 2015년 11월 한국장학재단까지 10개 공공기관(혁신도시 이외 지역 이전 기관 2곳 제외)이 신서혁신도시로 넘어왔다.
대구시도 지난 9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등과 간담회를 열어 새 정부의 균형성장 발전 전략인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공공기관을 유치해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핵심축이자 성장거점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지난 10여년간 신서혁신도시는 도시철도 1호선 연장, 동부소방서 이전, 복합혁신센터 개소 등 각종 생활 인프라가 마련되면서 정주여건이 대폭 개선됐다. 다만, '제2차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안'에 혁신도시로 통하는 노선이 제외되는 등 여전히 '도심 속 외딴섬'이란 오명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 동구의원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가시화되면 반드시 신서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계획이 구성돼야만 한다. 하지만 대구시가 교육 등 여러 여건을 내세워 수성구를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고 한다"며 "혁신도시 미래를 쥔 대구시가 지난 10년간의 투자를 바탕으로 미완의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가 제안한 대구 도심 군부대 후적지 개발 마스터플랜 중 제2작전사령부 자리에 조성되는 '종합의료클러스터' 조감도. 〈대구시 제공〉
◆ 군부대 후적지 개발 계획 그리는 수성구
대구는 최근 '군부대 후적지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일고 있다. 대구시는 도심 군부대 이전 및 후적지 개발을 새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수성구에선 수성구의회가 '군부대 후적지 활용 지역발전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공식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특히,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지난달 구의회 본회의장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정부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 민간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수성구청이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지로 군부대 후적지를 적극 추천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수성구청 측은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대구지역 각 자치구마다 후보지를 제시했으나, 균형발전을 이유로 동구 신서동 일대가 낙점받았다"면서 "수성구가 제시했던 연호지구는 이제 법원, 검찰청, 주택지구 등으로 가득 찼다. 대신 인근으로 군부대 후적지 개발이 진행될 텐데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적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미 완성된 수준의 인프라를 일부러 외면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대구지역 인구가 해마다 줄어드는 가운데 경쟁력을 가진 수성구 등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란 게 사회적 중론이다. 실제 1차 이전 당시 한 공공기관은 교육, 주거 등을 이유로 수성구 이전을 희망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선 동구, 수성구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기회의 장'이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 곳곳의 빈 건물 및 공간을 2차 이전 대상지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 것. 대구의 한 관가 인사는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지 결정 기준을 정할 때까진 아무도 섣불리 나서진 않겠지만, 모든 자치구가 공공기관 이전을 바랄 것이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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