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조성하려는 제2국가산업단지가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달성군 화원읍 일대 255만㎡ 부지에 국비 1조8천억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것이니, 대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일이다. 제2국가산단에는 첨단기업이 입주하고 근로자를 위한 아파트도 들어설 것이다. 산단의 준공 목표 연도는 2030년이다.
2030년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개항, 대구염색산업단지 이전의 목표 연도이기도 하다. 대구 군부대 이전은 2030년에서 2031년으로 한해 늦춰졌다. 이들 사업은 후적지 개발을 전제로 한다. 현 대구공항, 군부대, 염색산단 부지위에 제2국가산단처럼 기업을 유치하고, 필요하다면 아파트도 지어야 한다. 그런데 후적지 개발은 대구시가 사업 주체다. 대구시가 주도하는 사업은 국책사업보다 어렵다. 정부사업인 제1국가산단은 내년말에 사업이 완료되지만 분양률이 77%인 반면, 대구시가 사업주체인 금호워터폴리스는 올해말 준공되는데도 분양률은 49.5%에 불과한 게 단적인 예다. 대구공항의 후적지 개발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아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2국가산단 조성은 후적지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더욱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실적인 대응방법은 대구시가 후적지 개발사업이 처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알려 사업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국책사업으로 해달라는 대구시의 요구도 다른 후적지 개발사업을 조율했을 때나 정부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후적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의견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모든 것을 이루려다 전부 실패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 휴가떠난 이재명 대통령, 한미정상회담 묘안 찾길
이재명 대통령이 8일까지 대통령 별장 '청해대'가 있는 경남 거제시 저도로 취임 이후 첫 휴가를 떠났다. 6.3 대선을 치르고 인수위원회도 없이 곧바로 대통령직에 취임한 이후 쉼없이 달려 온 여정이었기에 재충전이 필요했다. 일부에서는 250㎜의 물폭탄 예고에 휴가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실제로 3∼4일 집중호우로 전남 무안에서 1명이 숨지고 전국적으로 약 2천500명이 대피했다. 지난 1일 주식시장 폭락으로 민심도 날이 서있다. 안철수 의원은 "개미들은 증시 폭락으로 휴가비도 다 날렸는데 대통령은 태연히 휴가를 떠났다"고 지적했다.
집중호우 때 제 역할을 못한 단체장에게 이 대통령이 '정신나간 공직자'라고 질타한 것과 비교해 '내로남불'이라는 말도 나온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내리는 세제개편안도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과 반대 방향인지라 불만이 쏟아진다. 해결해야 할 현안이 차고 넘치는데 휴가는 국민정서를 외면하는 것이라는게 야당의 주장이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지금 이 대통령에게는 8월말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내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극적으로 15% 관세가 확정되면서 위기는 넘겼지만 세부적으로 해결해야할 일이 적지않다. 대미투자 규모나 대상, 쌀시장 및 소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 등을 두고 한미간의 미묘한 해석 차이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주한미군으로 대변되는 '안보협상'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규모, 북한과 미국의 우호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만족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우리나라 국익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묘안을 찾길 바란다.
◈ "지사님의 암을 낫게 해드려야죠" 대통령 화답은 약속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장점은 정곡 찌르기다.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방법을 잘 안다는 말이다. 오랜 정치·행정 경험의 산물인 듯하다. 암 투병중임에도 그의 특장이 녹슬지 않고 잘 드러난 게 지난 주말의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는 첫 자리여서인지 시도지사마다 지역현안을 한 보따리씩 풀었다. 이런 경우 모든 지역현안이 다 중요하겠지만, 모든 현안이 엇비슷하게 취급받기 일쑤다. 이 도지사의 접근법은 달랐다. 경북의 현안을 설명하면서 "경북에 대한 대통령의 큰 관심과 지원이 암을 극복하는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지사님의 암을 낫게 해드려야죠"라고 화답하며 이 도지사와 분위기를 함께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한다면 한다"고 해온 이 대통령의 '화답'은 '약속'과 다름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도지사는 4가지 현안에 집중했다. 'APEC 성공 개최' '산불특별법 제정' 'TK신공항의 국가주도 추진' '북극항로 개척의 거점항으로서 포항영일만항 개발' 등이다. 특히 이 도지사가 조만간 이뤄질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경주 APEC 때 남북한과 미국이 평화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을 주목한다. '하노이 빅딜'에 버금가는 '경주 빅딜' 구상이다. 이 대통령도 "평화와 번영의 APEC이 돼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 도지사의 꿈이 이 대통령의 비전이었던가. 국정운영 방향과 일치하는 자치행정의 확장이 바로 지역 발전의 첩경이고 '정곡 찌르기'다.
이 대통령은 평소 "한다면 한다"고 했다.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는 오랜 트레이드 마크다. 대통령의 화답성 약속은 곧 실행되리라 믿는다. 그게 이 도지사의 암 극복에 특효약이 되리라는 기대도 함께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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