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916023405890

영남일보TV

  •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
  • [르포] ‘보수 바로미터’ 서문시장 들끓었다…한동훈 등장에 대규모 인파

대구 특이민원 급감, 알고 보니… “보고서 쓰기 싫어 그냥 참고 넘겨요”

2025-09-16 19:00

행안부 지침 개정으로 보고서 작성해야 통계에 잡혀
민원담당 공무원 “다른 일 많아 보고서 쓸 겨를 없어”
2022년 1503건→2024년 298건 2년 새 크게 줄어


지역의 한 동행정복지센터 민원실에서 시민들이 민원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영남일보 DB>

지역의 한 동행정복지센터 민원실에서 시민들이 민원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영남일보 DB>

#1. 지난 8월 대구 서구지역 한 동행정복지센터 민원실. 교통카드 발급을 문의한 뒤 돌아가던 한 민원인이 갑자기 장애인 도우미에게 폭언을 했다.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센터 직원들이 경찰 출동을 언급하자, 그는 고성을 지르며 책상 위에 있던 볼펜을 집어 던졌다. 민원인은 이후 직원이 112에 신고하는 사이 황급히 자리를 떴다.


#2. 지난해 말 대구 달서구청 민원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1인 중년 실태조사' 안내문을 받은 한 민원인이다. 그는 "정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갑자기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것이 억울하다며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상담만 30분 가량 이어졌다. 잘 마무리된 듯 싶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며칠에 걸쳐 술에 취한 상태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했다.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수십 분간 업무 방해를 했다.


이처럼 대구지역 광역·기초단체에서 악성·특이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통계 수치상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민원 현장 상황과는 '괴리감'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악성·특이민원의 집계 기준 변경에 따른 '통계상의 왜곡'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구시·기초자치단체 특이민원 발생 현황. 대구시 제공

2022년 대구시·기초자치단체 특이민원 발생 현황. 대구시 제공

2024년 대구시·기초자치단체 특이민원 발생 현황. 대구시 제공

2024년 대구시·기초자치단체 특이민원 발생 현황. 대구시 제공

1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대구시와 9개 구·군청에서 발생한 악성·특이민원 발생 건수는 1천503건이다. 2023년에는 355건으로 1년 새 76% 줄었다. 지난해에도 298건으로 감소세였다. 특히, 대구 중구청과 남구청의 악성·특이민원 건수는 2022년 각각 93건, 161건이었으나 2023년 각각 0건, 11건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엔 2곳 모두 '0'였다.


표면상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보호 조치 강화로, 각 지자체의 고질적인 악성·특이민원 문제가 많이 해소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취재결과 상황은 달랐다. 2022년 7월 '민원인의 위법행위 및 반복 민원 대응 지침' 개정에 따른 정부 지침상 '특이민원 발생보고서'를 작성한 경우에만 악성·특이민원 통계에 반영되면서다. 이 보고서에는 특이민원 발생 요지와 부서장 의견, 관련 부서 협조 요청 사항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특이민원 발생 보고서 작성에 부담을 느끼는 공무원이 많아 악성 민원인을 마주하더라도 잠깐의 '감정 소모'와 '속앓이'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일선 구청 민원담당 직원들의 전언이다. 대구시청 소통민원과 직원은 "민원담당 공무원 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보호 조치가 강화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2022년 7월 지침 개정으로 '특이민원 발생보고서'를 작성한 경우에만 통계에 반영되면서 건수가 급감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두 번 욕설을 듣는 정도로는 이제 보고까지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실제 민원 창구에서는 전화상 욕설이나 장시간 항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모두 특이민원 보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일선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대구 남구청 민원실 직원은 "민원 전화를 받다 보면 성희롱이나 욕설을 수십 분간 들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땐 '빨리 끊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꾹 참고 넘긴다"며 "통화 후 곧바로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부서 상관이나 감사실에 보고하며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특히, 보고서까지 쓰며 불쾌했던 일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기록하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5년 특이민원 권역별 워크숍 참석 공공기관 민원 담당 공직자 1천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특이민원 실태조사 중 특이민원으로 인한 기관 피해 현황을 정리한 그래픽. Gemini 이미지 생성.

국민권익위원회가 '2025년 특이민원 권역별 워크숍' 참석 공공기관 민원 담당 공직자 1천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특이민원 실태조사' 중 특이민원으로 인한 기관 피해 현황을 정리한 그래픽. Gemini 이미지 생성.

이러한 민원실 분위기는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0일 올해 '특이민원 권역별 워크숍'에 참석한 393개 공공기관 근로자 1천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86%(947명)가 최근 3년 새 특이 민원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응대한 특이 민원인은 모두 5천213명으로, 공무원 1인당 평균 5.5명의 특이민원인을 상대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7.2%는 직접 대응한 악성 민원인이 20명이 넘는다고 응답했다.


특이민원 유형으로는 상습·반복적인 민원 청구가 70.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폭언(63.1%),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56.0%) 등도 주요 유형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특이민원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로 악성 민원 대응 과정에서 다른 업무 처리가 지연되는 점(87.9%)을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 악성 민원인에 대해 법적 대응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조사에서 민원 담당 공무원 가운데 악성 민원인에게 법적 조치를 취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9%에 그쳤다.


대부분의 경우는 △악성 민원 응대를 중단하거나(33.4%) △상급자가 대신 대응하는 방식(30.8%) △민원인을 설득해 상황을 정리하는 방식(25.7%) 등 다소 소극적인 대응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특이민원 발생 보고서 작성에 부담을 느끼는 현장 공무원들의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민원 통계 관리를 위한 기록과 집계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행안부 민원제도과 직원은 "중앙부처와 광역·기초자치단체 의 특이민원 집계 수치를 보면 2022년 4만1천여건에서 2023년 3만8천여 건으로 크게 줄진 않았다"며 "대구에서 유독 건수가 급감한 건 아마도 민원 담당자들의 관리 여부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단순히 지침 강화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냥 넘어가기 쉬운 민원 상황도 수치 관리를 통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안부 직원은 이어 "어떤 형태로든 기록이 남아야 통계 관리가 가능하다"며 "다만 현장에서 보고서 작성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이 있어 지난 6월 지침을 보완하면서 '필요 시 특이민원 발생보고서를 작성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특이민원 발생 시 위법행위 관리대장은 작성하되, 발생보고서는 상황에 따라 작성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악성·특이민원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칫 정당한 민원 제기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현욱(34)씨는 "행정 서비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개선 사항을 말하는 것도 시민의 권리인데, 자칫 강하게 항의했다는 이유로 '특이민원'으로 분류될까 걱정된다"며 "공무원 보호도 필요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정당한 민원 제기가 위축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 전문가들은 악성민원 대응과 시민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민원인의 폭언·협박 등 위법 행위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는 분명 필요하다"며 "다만 행정기관이 민원을 '관리 대상'으로만 바라보게 되면 시민의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악성 민원과 일반 민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습적인 폭언이나 협박 등 위법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단순한 불만 제기나 정책 비판까지 같은 범주로 묶어 관리하게 되면 행정기관과 시민 사이의 소통 창구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며 "이런 의견들은 통계 관리 대상이 아니라 행정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의견으로 활용하려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이민원 통계 관리 방식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하 교수는 "행안부가 지난 6월부터 특이민원 발생보고서 외에 구두 보고 등이 이뤄질 경우 통계에 포함하도록 지침을 보완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보고서 작성 부담 없이도 통계 반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현장 공무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특이민원의 상당수가 폭언·욕설에 집중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이민원 유형을 보면 여전히 폭언이나 욕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단순히 통화가 녹음된다는 것을 안내하는 수준을 넘어, 반복적 폭언이나 장시간 항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특이민원 대응 제도는 '공무원 보호'라는 목적과 시민의 민원 제기 권리를 함께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며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대응 기준을 마련하되,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 이미지

조윤화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