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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과 개방, 도민과 함께 지켜내야 할 우리의 과제

2025-10-14 18:47
임기진 경북도의원

임기진 경북도의원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삶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토대다." 최근 정부는 최근 한·미 협상 과정에서 사과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열절차가 완화될 수 있는 미국산 과채류 전담 검역 데스크 설치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북 사과 농가와 도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경북의 사과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다. 경북 농업을 떠받치는 뿌리이며, 우리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고 도민의 자존심이다. 이 문제를 도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지혜를 모으고자 몇 가지 말씀을 드린다.


첫째, 미국산 사과 수입은 경북 경제와 농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경북은 전국 사과 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로, 청송·영주·안동을 중심으로 1만 8천여 농가가 1만 9천ha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총생산액도 전국 1조 3,769 억원 중 8,247 억원으로 60%에 달한다. 과거 뉴질랜드산 키위, 칠레산 포도·체리 개방 과정에서 국내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고, 소비시장은 빠르게 잠식되었다. 미국산 사과 역시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사과 시장이 열리면 배·복숭아·감귤 등 다른 주요 과수 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 여파는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지역 과수 산업 전체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다.


둘째, 검역 완화는 외래 병해충 확산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협한다. 현재 미국산 사과는 8단계 검역 중 1단계만 완료했으나, 정부가 '검역 절차 개선'을 언급하면서 수입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철저한 검역 없이 수입될 경우 외래 병해충 유입을 막을 수 없다. 과거 외국의 농산물에서 병해충 확산으로 방제 비용이 폭증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사과가 가정·급식·가공 과정에서 껍질째 섭취되거나 접촉될 수 있기에 국민 안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 과제다.


셋째, 농업 보호 없이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없다. 일본은 사과 시장을 제한적으로 개방했지만 자급률 99%를 지키며 보호 정책과 검역 장치를 철저히 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농업을 단순한 시장 논리로 보지 않고 보조금과 유통 규제로 농촌 공동체를 지켜왔다. 만약 미국산 사과가 수입되면, 값싼 수입품이 잠시 반가울 수는 있어도 국내 생산 기반이 붕괴되면서 가격 불안과 품질 저하가 뒤따를 것이다. 결국 농업 기반이 무너지면 농촌을 떠나는 인구가 늘어나고,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


넷째, 우리 사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가격, 품질,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며, 농가 자부담을 줄이고 재해예방시설과 스마트과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국내 농가를 지켜내는 최소한의 방파제가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무분별한 개방이 허용된다면, 경쟁력 강화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사과는 경북의 자존심이며 농민의 생존권이다. 만약 사과 개방이 현실화된다면 다른 과수 개방으로 이어진다. 결국, 농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지역 공동체마저 위태로워진다. 농민의 땀방울과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결실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자 도민 모두의 과제다. 필자는 경북도의원으로서 도민과 함께 미국산 사과 수입을 단호히 반대한다.


"백년대계(百年大計)는 농업에서 시작된다."


정부는 농업을 협상의 도구로 삼지 않고, 도민의 먹거리와 생존을 지켜내는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북 농업의 미래를 지켜야 할 때다.


임기진 경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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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편집국에서 경제·산업 분야 총괄하는 경제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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