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개막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향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열리는 기간 동안 정쟁을 중단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시아 태평양 21개국이 경주에 모여 연결·혁신·번영을 주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논의한다"며 "APEC 기간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국익 추구에 한마음 한뜻으로 나서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0일에도 APEC 기간 정쟁을 중단하는 '무정쟁 APEC 선언'을 제안했다. 중차대한 외교 행사를 앞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온 여야에 '일시 휴전'을 선언한 셈이다.
APEC은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다. 경제, 안보 등에서 회원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관광, K-컬처를 통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국가행사다. APEC 정상회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21개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1천700명의 글로벌 기업인들도 APEC CEO 서밋 참석을 위해 방한한다. 외교와 경제 관련 빅 이벤트가 동시에 열리는 것이다. 트럼프발(發) 통상전쟁으로 전 세계가 요동치는 가운데 개최되는 APEC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 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국정감사로 여야 간 대립이 격화되면서 국가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EC 행사 전후로 수행원, 경제인 등 전 세계에서 2만명 정도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실추된 국격을 회복하고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경북 경주를 세계적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나아가 대한민국 외교·경제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도 될 수 있다. 국운을 담은 국가행사 기간에 욕설, 고성이 난무하고 서로를 비난하는 정치는 자해나 마찬가지다. 당장 여야 간 정쟁을 멈추고 APEC 성공 개최에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 대표의 무정쟁 APEC 제안은 환영할 만하다. 민주당은 말로만 그치지 말고 먼저 모범을 보여달라. 그러면 국민의 힘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2년 부산 APEC도 여야의 초당적 협치를 통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렀다. 국민은 여야의 갈등과 싸움을 원하는 게 아니라 성과를 원한다. 여야 모두 협치와 상생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정치의 본질'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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