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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포항 지진 발생 8주년을 맞이하여...

2025-11-18 17:25
양만재 前 11.15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

양만재 前 11.15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

지진 규모 5.4의 포항 촉발 지진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났다. '포항 지진 8년, 아물지 않는 상처'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하지만 정부나 포항 지열 발전소 운영자 측 어느 누구도 포항 시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지진 발생의 물적 피해를 인정한다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도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진특별법을 통해 민사 재판을 통해 보상받으라는 길을 택했다. 이에 50만 포항 시민들이 자력으로 민사 소송을 택했다. 1심은 승소했으나, 2심은 정부에 책임이 없다는 '졸속 판결'을 하였다. 시민들은 상고하여 대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으며, 형사 재판 1심도 진행 중이다.


국가가 포항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하면서 감독과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지진 피해가 발생한 사안이다. 정부조사단은 이를 인간이 일으킨 촉발 지진으로 규정했으며, 감사원과 포항지진진상위원회도 정부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정부는 지열발전소에 대한 법적 규제 사항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했다. 피해 배상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함에도, 이를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에 포항 시민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포항지진 정부조사단에 참여했던 외국 과학자들이 제시한 논문을 살펴보면 분노가 더욱 증폭된다. 2019년 윌리엄 L. 엘워스와 동료 학자들이 지진학술지(Seismolog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자들은 "지열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감독 기관과 주체들은 지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분석한 자료를 정부와 포항시 행정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발전소 운영자가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전문가와 시민 대표들이 지진 발생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제를 구성하고, 지진 위험 완화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공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거버넌스 체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발전소 운영자들이 자료를 독점했다. 국내 학자들이 포항 지열발전소의 유발 지진을 규명한 논문을 과학 학술지'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에 운영자 측은 대학 윤리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1심 형사법정에서도 자료 공개의 부적절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항구 및 산업도시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그 위치에서 5㎞ 이내에 200채 이상의 대규모 고층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이러한 근접성은 지진 발생 시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유발 지진의 완화 및 위험 소통을 위한 전략을 책임 당국과 함께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사항에 대해 정부는 지진 대응책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운영 의사결정은 운영사가 맡았다. 독립적인 감독 위원회나 기구를 설립하여, 이 기구가 지진 위험을 적절히 고려하고, 지열발전소의 설계와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는 운영사가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했고, 정부는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들의 논문은 전 세계 국가와 지열 발전소 전문가들에게 유발 지진 위험 관리에 큰 도움이 되는 지식을 제공했다. 그러나 포항 시민들에게는 그 논문이 포항 지열 발전소를 감독한 정부와 운영 주체들의 큰 책임을 촉구하는 외침으로 읽힌다.


아직도 정부는 피해 책임을 수용하기보다 회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정신적 피해 배상을 외면할 뿐만 아니라, 지진 모니터링에 필요한 포항지진안전센터의 운영비용을 포항시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의 진원지이다.


양만재 前 11.15 포항지진공동연구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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