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터지는 해킹과 피싱, 대한민국의 수치다
국내 최대 IT 물류유통 기업인 쿠팡의 해킹 사태를 놓고 국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IT강국 한국에서 저개발 국가 수준의 해킹이 밥 먹듯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안의 취약성이 국가경제 및 안보를 침탈할 지경이 됐다는 우려가 높다.
쿠팡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다. 자본시장에서부터 글로벌 초일류를 지향한다. 해킹 사태는 쿠팡의 그런 비전과는 완전히 배치된다. 4천만명에 육박하는 모든 고객정보와 심지어 거래이력까지 빠져나갔다. 2류, 3류 기업이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이커머스와 IT기업의 해킹은 전방위적이다. 안 털린 곳이 없다. 게임업체 넷마블은 611만명의 비밀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고객자산 445억원을 탈취당했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건을 비롯, KT·롯데카드·SGI서울보증·예스24·GS리테일도 해킹당했다. 공공 분야인 '온나라시스템'도 해킹의 수모를 겪었다.
해킹과 유사한 보안사고의 취약성은 한국에서 유독 극성을 부린다. 대표적으로 '보이스 피싱'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들이 살해당하면서 드러난 보이스 피싱 조직은 동남아를 진지로 한국을 집중 타켓으로 하고 있다. 한국이 해커들의 먹이감이자, 보이스 피싱 범죄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정부는 IT강국 대한민국이란 타이틀에 도취돼 보안 대응능력에서 뭔가 놓치고 있지 않은지 전면적인 정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정보유출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비롯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 민간 기업들도 영업에만 열중해 자체 보안 투자와 인력 배치를 게을리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방치하면 IT강국이란 성벽은 모래성이 될 수 있다. 해커와 범죄꾼들의 목표물이 대한민국이라면 국가적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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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1년… 분노를 포용으로 전환할 때다
내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지금도 많은 국민이 불법 비상계엄 선포 때의 불안과 해제의 안도를 기억한다. 그날 밤 국회로 몰려든 수 많은 국민은 불법 비상계엄을 국회가 해제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전 세계가 감동했던 K-민주주의의 복원은 우리 국민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비상계엄의 책임 규명과 화해의 길이 완성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당시 여당으로서의 책임이 크다.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당내 강성파 입에서는 "이미 사과했다", "다시 사과하는 것은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장외집회에서는 강성 당원들이 '계엄 사과 반대'를 외친다. 이러니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의 실책에도 불구하고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몰이 프레임과 국민의힘 해체를 운운하며,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포용보다는 야당 공세에 더 치중하고 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곧 종료될 3대 특검의 수사중 미진한 부분에 대해 추가 특검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집권 내내 특검을 앞세운 내란 종식에만 몰두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야의 격렬한 대립은 국민 상처를 더 키울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를 배제하는 승리가 아니다. 불법 비상계엄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정치권의 진정한 성찰과 포용의 리더십이다. 계엄 1년, 이제는 일상의 평온이 필요하다. 분노를 포용으로 전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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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보수·진보 시민단체의 정치개혁 움직임 주목한다
대구·경북 보수와 진보진영의 시민단체 결성이 활발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의례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선거의 주력인 정당의 운영 및 선거전략에 영향력을 발휘할 세(勢)를 지녔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움직임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정치개혁 메시지가 주목할 만하다. 둘째, 비록 지금은 역부족이지만, '주목'할 만한 선의의 결실을 거두기를 바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셋째, 죽기살기식으로 싸우는 정당과 달리 보·혁 시민단체가 공통의 과제에 소통과 대화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TK에서 새로운 정치문화를 꽃피우는 그런 희망이다.
보수 활동가 중심으로 'TK정치혁신연대'가 발족했다. 출범 선언문의 메시지는 꽤 세다. 이들은 △TK 국회의원 전원 용퇴 △지방선거 공천개입 차단 △완전국민경선제 △의원 특권 폐지를 촉구했다. 정파적 주장이란 일각의 시선이 있긴 하다. 그러나 TK 혁신이 중앙당 혁신을 이끌고, 그래야 중도층·수도권·청년층으로 지지층을 확장하는 포용성을 갖춘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이들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대구 희망과 공존 포럼'은 여권 외곽 시민사회단체다. 척박한 진보의 토양에 변화의 씨앗을 뿌리자는 심정의 발로로 발족했을 터이다. 대구 변화와 정치 개혁을 강조하는 건 '혁신 연대'와 같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가 진보의 마지막 도전이란 각오로 '김부겸 후보 추대'를 모색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두 단체는 '따로' 또 '같이' 해야 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각자 최선을 다하되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함께 힘을 모으라는 주문이다. '정치'가 못하는 것을 '시민사회'는 할 수 있다. TK 정치혁신으로 대한민국을 혁신하겠다는 이들의 선언이 결기에 그치지 않고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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