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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의 시와 함께] 황유원 ‘맑은 종이’

2026-01-26 06:00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

하늘은 얼어 있었다


수십마리 양이 밟고 지나가도 깨지지 않을 만큼


튼튼히


언 채


무언가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건 어지간해선 깨지지 않았고


겨울 내내 얼어 있었다


많은 것이 그 위를 걸어 지나갔다


나도 걸어갔고 너는 벌써 어젠가 그저께 이미


얼어 있었을 때 맑았던 하늘이


녹아서도 맑진 않고


그러나 아무리 더러운 하늘도


얼어 있을 땐 무조건 맑다



침묵이 죽은 자의 언어라고 생각한 적 있다. 그것이 말의 죽음을 뜻하거나 자체로서 공포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마치 어둠이 사물을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의 진실을 우주의 끝까지 밀어부침으로써 투명함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감각의 궁극적인 경영은 암울한 부정의 현장에서 긍정의 다리를 놓는 건설업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겨울'과 '추위'는 가끔 침묵이자 공포이며 때로 죽음과 어둠의 수사로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건너간다. 계절과 계절을. 대지와 대지를. 역사와 역사를. 지옥이 거기 있어서 우리가 천국을 가늠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보다 맑은 것은 없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당기는 순간의 슬픔을 지워낸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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