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경공단 운영 ‘영남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폐배터리 400개 수거·보관 ‘전초기지’ 위용
달성군 2차전지 순환파크, 3월부터 배터리 새 생명 불어넣는다
대구서 걷고 포항도 뽑는다…‘수거-검증-추출’ TK 원스톱 밸류체인 완성되나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영남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대형 랙에 폐배터리들이 보관돼 있다. 이동현 기자
영남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에서 폐배터리의 성능 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동현 기자
지난 22일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 내 '영남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거대한 창고 문이 열리자 대형 랙(Rack)에 수명을 다하고 이곳으로 모인 전기차 폐배터리가 보관돼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이 센터 내부는 마치 대형 물류센터를 방불케 했다. 이곳은 연간 400개의 폐배터리를 수거해 보관할 수 있는 영남권의 핵심 기지다.
이곳에 있는 폐배터리들은 2021년 이전 등록된 전기차에서 나온 것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해당 차량의 폐배터리는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반납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영남권을 비롯해 수도권·호남권·충청권 등 전국 4개 권역에 거점수거센터를 구축했다.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엄격한 등급 판정
센터로 입고된 배터리는 '회수→보관→성능평가→매각'이라는 체계적인 과정을 거친다. 핵심은 성능평가다. 여기서 측정된 배터리 잔존 수명(SOH)에 따라 배터리의 운명이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갈린다. 성능평가 결과 SOH가 60% 이상이면 재사용 판정을 받는다. 이 경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다시 사용된다.
반면 SOH 60% 미만인 배터리는 재활용 대상으로 분류돼 민간에 매각된다. 더는 배터리로서의 성능을 내기 힘든 것들로 분해와 파쇄 과정을 거쳐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고가의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원료가 된다. 이것이 바로 '도시광산'의 핵심 개념이다.
재활용 판정이 내려지면 민간기업으로 넘겨져 방전과 해체 공정에 들어간다. 이를 잘게 부숴 가루 형태의 '블랙파우더'를 만들고, 습식 제련 등 화학적 공정을 통해 리튬, 니켈 같은 유가금속을 뽑아낸다. 추출된 광물은 다시 양극재 공장으로 보내져 새 배터리의 원료가 된다.
대구 달성군 2차전지 순환파크 내 산업용지. 이 부지엔 1호 기업인 디와이피앤에프가 2027년 공장을 착공한다. 이동현 기자
2차전지 순환파크 내 사용 후 배터리 시험평가센터에 구축된 안전성 평가 장비. 방폭시험을 위해 방폭문과 소화장비가 마련돼 있다. 이동현 기자
2차전지 순환파크 옆 엘앤에프 구지3공장. 이동현 기자
◆소각장이 미래 산업 기지로…달성군 '순환파크'의 도약
지난 21일 찾은 대구 달성군 구지면 옛 달성2차산업단지 폐기물 소각장 부지. 이곳엔 대구시가 2차전지 순환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이미 구축된 '사용 후 배터리 시험평가센터' 는 오는 3월 본격 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이 주관해 구축 중인 이 센터는 잔존가치 평가동과 안전성 시험평가동으로 나뉜다. 단순 보관을 넘어, 민간기업이 재사용 배터리를 제품화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능과 안전성 시험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곳이다.
지난해 시는 코스닥 상장사인 분체이송 전문기업 <주>디와이피앤에프와 1호 투자협약을 맺었다. 디와이피앤에프는 순환파크 내 1만1천310㎡ 부지에 137억 원을 투자해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신설한다. 분체이송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재활용 신시장에 선제적 대응을 위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
순환파크 바로 옆에 공장을 둔 지역 대표기업 엘앤에프의 행보도 주목된다. 엘앤에프는 폐배터리 재활용부터 양극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순환경제 생태계(Value Web)'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시가 구상하는 재자원화 클러스터와 맞닿아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포항에 구축된 자원순환 클러스터 운영체계 예시.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산업 공급망 내재화를 위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 발췌>
◆대구-포항 잇는 '광물 로드'
대구의 이런 인프라는 포항의 '자원순환 클러스터' '2차전지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와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성서의 거점센터가 폐배터리를 모으고, 달성군의 순환파크가 이를 검증·분류해 1차 가공(전처리)을 마치면 순환파크 내 재활용기업이나 포항의 기업들이 이를 넘겨받아 최종적으로 광물을 추출하는 'TK 광역 밸류체인'이 완성된다. 이는 물류비 절감은 물론 지역에서 자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발생할 사용 후 배터리는 4만2천여개, 2030년에는 10만개를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된 2017년을 기준으로 배터리 교체 주기(7~10년)가 도래하는 올해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원년'으로 본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라 경제성을 논하기 어렵지만 전기차 폐차 물량이 쏟아지는 2030년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대구의 탄탄한 수거·검증 인프라와 경북의 추출·소재 기술이 결합하면 TK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광산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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