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연평균 33% 폭풍 성장… 재활용 시장 2040년 290조 추산
국내 폐배터리 2030년 10만 개 육박…정부 “재자원화율 20% 달성” 총력전
포스코·SK·LG 등 대기업 진격… ‘도시광산’ 밸류체인 구축 사활
핵심광물 재자원화 개념도.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산업 공급망 내재화를 위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 발췌>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핵심 광물의 공급망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시장이 새 격전지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EU)발(發) 핵심원자재법(CRMA)과 배터리여권도 공급망 다변화와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할 수 있는 '도시광산'이자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필수 열쇠로 평가받는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폐배터리 발생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은 폐배터리 발생량이 2030년 338GWh에서 2040년 3천339GWh로 급증해 재활용 시장 규모도 2040년 약 2천억달러(약 29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이 33%에 육박하는 수치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은 올해 4만2천92개에서 2030년 10만7천520개로 급증한다. 업계에서는 2030년이 되면 시장으로 나오는 폐배터리가 1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거대한 자원 시장이 새롭게 열림을 의미한다. 특히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광물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는 최근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재자원화 비율을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이를 위해 그간 '폐기물'로 분류돼 규제에 묶여있던 사용 후 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지정, 폐기물 규제를 면제해 주는 등 제도를 대폭 정비한다. 재자원화 산업을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 별도 업종으로 신설하고, 관련 시설 투자 시 세제 혜택을 주는 등 기업 지원책도 마련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자원 안보 차원에서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해 재자원화 선도 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 광양 율촌산단에 위치한 포스코hy클린메탈 폐배터리 재활용 공정. <포스코hy클린메탈 제공>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밸류체인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포스코그룹은 GS에너지와 합작해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설립하고, 전남 율촌산단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가동 중이다. 배터리 소재부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순환고리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 성일하이텍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인 성일하이텍 지분에 투자하며 안정적인 소재 확보망을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중국 1위 코발트 생산업체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중국 현지에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세웠다. 배터리 패권 경쟁이 '생산'을 넘어 '회수'로 확장되고 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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