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보성(전 삼성라이온즈 선수·전 LG트윈스 감독)
프로야구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미국이나 일본 같은 돈 있는 나라들이 잘한다. 요즘은 영국이나 독일, 이탈리아, 체코 등도 야구를 곧잘 한다. 필자도 국가대표 감독 시절, 독일과의 야구시합에서 상대를 우습게 보다가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경제 굴기(崛起)로 돈맛을 알아버린 중국도 요즘 야구 열풍이 장난이 아니다. 야구가 뭐길래 다들 이럴까.
프로야구는 구기종목 가운데 게임 수가 가장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미국을 보면 가장 인기 있다는 미식축구도 연간 30게임 정도에 불과하다. 프로농구도 정규리그 82경기와 기타 이벤트 경기를 포함 100게임 정도를 한다. 손흥민이 뛰었던 영국 프리미어리그 역시 FA컵, 리그컵, 유럽컵 등 각종 국가대항전을 합쳐도 50게임 정도에 그친다.
미국의 프로야구는 정규리그 162경기와 플레이오프, 월드시리즈 등을 합치면 무려 200게임 가까이 치른다. 한국도 정규리그 144게임에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더하면 150게임 전후까지 간다. 일본은 정규리그에 플레이오프와 일본시리즈를 더하면 우리와 비슷하다. 암튼 경기 수가 많은 만큼 프로야구는 장거리 마라톤처럼 늘 어렵고 힘들다.
반면, 프로야구는 좋은 점도 많다. 160㎞의 시속으로만 던지면 1억불 이상의 연봉을 흥정할 수 있다. 10번 타석에 들어 안타 3개만 쳐도 '신의 타자'라는 소리가 나온다. 어느 사업가가 10번 투자하여 7번 실패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10승이면 패전이 아무리 많아도 대접을 받는다. 빠른 발만 가져도 살아남을 수 있고, 수비만 잘해도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가히 신이 내린 인기 직업이다.
필자가 삼성라이온즈 코치시절, 신인선수컨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전국의 도사란 도사는 다 몰려왔었다. 설악산, 지리산, 속리산, 계룡산 도사들과 그의 수제자들까지 왔다. 심지어 동자스님까지 참가를 했다. 그 시절은 150㎞의 구위가 꿈이었다. 그런데 산속에서 돌을 던지며 150㎞를 넘겼다는 도사들이 대거 몰려오니 감독과 코치, 구단 프런트들과 기자들까지 '혹시나' 하고 주시를 했다.
결론은 전부 '역시나'였다. 오래 할 것도 없이 공을 몇 개 던지자마자 바로 결판이 났다. 18m 거리의 투수판에서 야구공을 던지는 속도는 산속에서 돌맹이를 던지는 것과는 큰 차이가 났다. 100미터를 11초 이내에 뛴다는 어느 도사는 코치인 나와 겨루어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야구를 사랑하는 그들의 열정과 진지한 모습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필자가 LG감독 시절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갔다. 당시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심지어 자기 팀과 연습경기도 제의해 왔다. 당시 한국팀은 일본의 1군과는 시합이 안 될 때였으니 파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얼떨결에 "선수들이 아직 몸을 만들기 전이라 2월 말경에나 시합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해버렸다. 그 말을 들은 호시노 감독이 노발대발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항상 몸이 만들어져 있어야 하고 그 상태에서 전지훈련에 참가해야지 무슨 놈의 선수들이 여기 와서 몸을 만든다는 말이냐"는 것이었다. 경기 도중 심판을 때려 출장정지를 먹을 정도로 '열혈한(熱血漢)'이란 별명을 가진 호시노 감독이 한번 화가 나니 정말 무서웠다. 나중에야 형, 아우로 지내면서 우애를 다졌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혼이 났던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프로야구는 전지훈련에 돈을 물쓰듯 한다. 우리와 기후가 비슷한 일본은 전지훈련장에 에어돔까지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않다. 삼성라이온즈 역시 1차는 미국, 2차는 일본에 최고급 캠프를 차린다. 국내의 연습용 볼파크나 헬스센터도 필자의 선수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으리으리하다. 여기서 삼성라이온즈의 금년도 우승의 꿈이 차곡차곡 영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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