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텃밭 대구경북 숙원사업, 정작 국민의힘은 표결 거부
이철우 지사 설득에도 ‘빈손’… 지역사회 소외론 확산
PK 견제·지방선거 셈법 작용했나… 보수 심장부 ‘부글’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 첫째)가 지난 11일 동대구역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를 만나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주호영 국회 부의장(왼쪽 첫째)도 함께한 가운데, 이 도지사의 손에는 11일자 영남일보가 들려 있다. <경북도 제공>
대구경북(TK) 시·도민의 숙원인 행정통합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정작 TK를 핵심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국가 구조와 지방 행정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실행할 수 있는 행정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상은 더불어민주당이 다가오는 6·3지방선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법안이라는 이유가 깔려있다.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12일 TK를 비롯해 충남·대전, 전남·광주 행정통합특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국가의 재정지원, 교육자치 등에 대한 특례를 담은 법안이다. 하지만 그 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행안위는 행정통합특별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이날 전체회의에도 올렸다.
지역에선 불과 하루 전까지 절박한 설득이 이어졌다. 지난 11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서문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대구를 찾은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동대구역에서 만나 TK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도지사는 그날 영남일보 1면에 실린 '통합열차 놓치고 훗날 뼈저리게 후회할 텐가'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건네며 지역의 여론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도지사는 이후 안동에 있는 경북도청으로 복귀한 후 브리핑에서 "시·도민이 (행정통합에) 찬성하는데 정부와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 대표 역시 서문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TK 행정통합에 대해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정략법'이라며 행안위 소위 표결에 불참하면서 지역의 열망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소위원장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정치적 상황 변동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유감을 표했다. 윤 의원은 "7월 1일 통합 지자체 출범을 위해 2월 중 개문발차가 필요하다"며 "전남·광주, TK 통합특별법은 사실상 합의돼 여야가 아름다운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런 결과가 나와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견이 있다면 토론과 수정안 제시로 풀 문제이지, 불참으로 입장을 대신할 사안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표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스스로 목소리를 낼 기회를 포기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지역별 이해관계와 지방선거 셈법을 우선시 해 이 같은 불참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통합특별시 출범은 단체장 선거 지형을 크게 바꿀 수도 있는 문제여서다.
특히 행안위 여당 간사인 서범수 의원(울산 울주)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부산·경남권의 기류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부산·경남은 오는 2028년 총선에서 통합 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별도 로드맵을 그리고 있어, TK 통합이 먼저 가시화될 경우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다.
TK지역에서는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순서대로 처리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힘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TK의 전폭적 지지 속에 존재해온 정당이라는 점을 잊은 것 아니냐. '잡은 물고기' 취급이냐"며 "지역 미래가 걸린 사안에 최소한 참여는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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