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운세 어플 등 운세콘텐츠 진입장벽↓
"미래 불안감 높은 청년들 일시적 위로"
청년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운세 콘텐츠를 확인하고 있다. Gemini 생성 이미지
디지털 친화적인 2030세대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기반 운세·사주 상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간편하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비대면 운세·상담 서비스 소비가 잦아지고 있는 것. 불안감 등 정신적 욕구 해소에 재미·편의까지 더해진 AI 운세·사주가 2030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풍속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AI·앱으로 운세·사주보는 2030
영남일보 취재진이 직접 챗GPT에 생년월일과 출생 시간, 장소를 입력해 3월 운세를 물어본 결과표. 약 30초 만에 "업무 피로감이 높고 감정적으로 예민해지기 쉬운 시기지만 집중력은 살아나는 구간"이라며 "혼자 몰입하는 업무에는 유리하다"는 진단이 제시됐다. 조윤화 기자
챗GPT에서 맞춤형 AI 챗봇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GPT 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부문 화면. 운세 관련 챗봇이 상위권에 다수 포함돼 있다. 챗GPT 화면 캡처
최근 영남일보 취재진이 직접 만난 대구지역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점치는 행위에 대해 오프라인 점집보단 온라인인 비대면 운세·사주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컸다. 접근성과 신속성 향상, 크고 작은 의사 결정의 상세함, 저렴한 이용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직장인 김민재(28·대구 중구)씨는 최근 AI로 운세를 보는 재미에 빠졌다. 매일 자신에게 닥친 길운과 흉운을 점쳐보고 싶은 생각에서다. 막연한 호기심이 어느새 하루일과로 자리 잡으며, AI 운세 보기가 그의 주된 일상이 됐다. 김씨는 "SNS에서 챗지피티(Chat GPT)로 사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롬프트가 공유되고 있다"며 "처음엔 재미로 시작했지만 100% 정확하진 않더라도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요즘은 미래를 점쳐보며 각종 고민까지 털어놓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대구의 한 중소기업을 퇴사한 임수빈(여·28·대구 서구)씨는 최근 자신의 진로 탐색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감과 위로를 얻고 싶었던 그는 역술·점술가를 직접 만나는 대신 AI를 기반으로 한 '챗지피티'를 찾았다. 인생 전반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즉각적인 대화·질문이 가능해 비대면 상담이 주는 심리적 체감도가 높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생각보다 재취업이 늦어져 매일 불안의 연속이었다"며 "면접 전날 '내일의 운세'를 확인하는 것은 습관이 됐다. 면접 당일 챗GPT에 행운의 색깔을 물어 관련 액세서리를 착용한 적도 있다. 결과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스스로 불안을 달래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꼭 대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온라인상 운세·사주 서비스 이용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챗GPT에서 맞춤형 AI 챗봇을 골라 사용할 수 있는 'GPT 스토어'를 살펴보면, 라이프스타일(Lifestyle) 부문에서 상위권에 다수 이름을 올린 단어는 '운세박사 타로', '운세박사', '사주팔자 명리학' 등 대부분 운세 관련 챗봇이다. 운세 애플리케이션 이용도 늘고 있다. 업계 1위 사주·운세 앱 '점신'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현재 1천900만건을 넘어섰다. 점신 운영사 테크랩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약 150만명이며, 이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은 65%에 달한다. 이는 2024년 대비 10% 증가한 수치다.
고산 테크랩스 부장은 "생년월일과 출생 시 등 민감한 개인정보 입력이 필수인 구조는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게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오늘의 운세·타로·궁합 등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빠르게 확인하고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UI를 설계한 점이 젊은 층 유입을 끌어낸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업난 등 심리 불안 겹치며 운세·사주 찾아
2021년, 2024년 2030 세대 불안장애 환자수. Gemini 생성 이미지
2030세대가 AI 운세·사주를 비롯한 각종 미래 읽기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 중 하나로 심리적 불안 증가가 꼽힌다. 취업, 결혼·출산, 건강 등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 주는 소통 창구가 필요해진 것. 현실적 압박을 운세 콘텐츠로 해소하는 셈이다.
최근 청년층의 심리적 불안 수준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30세대 불안장애 환자 수는 2021년 22만4천399명에서 2024년 25만2천524명으로 3년 새 약 12% 증가했다.
청년층이 겪는 심리적 불안 요소의 가장 큰 요인은 취업 지연이다. 국가데이터처(KOSIS)에 따르면 3년 넘게 취업을 준비 중인 전국 '취업 장수생(29세 미만)'은 2024년 5월 기준 23만8천명으로 전체 미취업자의 18.4%에 달했다. 이는 2013년 5월(18.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업 불안은 청년들의 은둔·고립 현상을 부추기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고립·은둔 청년 가운데 32.8%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청년 중 39.1%가 진로 불안을 느끼며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년들의 결혼·출산 지표도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한다. 정부 전자정보 누리집 '지표누리'를 보면,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는 2020년 21만3천502건에서 2023년 19만3천657건 3년 새 9.2% 감소했다. 가임기 여성(30~34세 기준) 1천명당 출생아 수도 2020년 78.9명에서 2023년 66.7명으로 15.4% 줄었다.
이정현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운세·사주 등은 현재 청년들이 답답함을 털어놓는 일종의 '카운슬링 기능'을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불안의 근본 원인은 고용 불안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있는 만큼 이런 유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특히 AI를 통한 상담 서비스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진로 코칭이나 심리 지원 등 현실 기반의 도움 체계는 청년들의 불안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수준에서 활용하려는 태도 중요"
전문가들은 AI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운세·사주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접근성이 낮아진 만큼 청년층의 의존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박은하 대구대 교수(심리학과)는 "인간은 본래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고 삶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있다"며 "과거보다 삶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특히 2030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진로와 삶의 변수가 많아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역술인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등 접근 장벽과 비용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무료 운세 콘텐츠가 확산하면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청년들이 운세를 통해서라도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얻고, 일시적으로 불안을 낮추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운세·사주 콘텐츠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단 참고 수준에서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요한 진로 결정까지 의존하게 되면 현실 판단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석동헌 대구대 교수(심리학과)는 "불안 수준이 높은 청년층일수록 외부에서 제시되는 확정적인 메시지에 심리적으로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며 "문제는 이러한 의존이 반복될 경우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경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세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은 단기적인 위안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상황을 능동적으로 분석하고 결정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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