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305028379650

영남일보TV

  • [단독인터뷰] 한동훈 “윤석열 노선과 절연해야… 보수 재건 정면승부”
  • [르포] ‘보수 바로미터’ 서문시장 들끓었다…한동훈 등장에 대규모 인파

[주말, 픽] 호랑이 꼬리에서 맞이하는 봄바다…포항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걷다

2026-03-05 19:04

영일만 품은 2코스 선바우길은 해안둘레길 ‘백미’
걷는 재미와 함께 해상 데크·어촌 풍경 조화로워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 선바우길 시작점.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 '선바우길' 시작점.

경북 포항의 바다에도 어김없이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시야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드넓은 영일만이 시원하게 펼쳐진 곳. 한반도 지형의 '호랑이 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첫 지점에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2코스 '선바우길'의 여정이 막을 올린다. 일월 신화의 전설이 깃든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출발해 흥환간이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6.5㎞의 이 길은 겨우내 웅크렸던 몸과 마음에 봄의 활력을 불어넣기에 제격이다.


과거 이 일대는 구룡포와 호미곶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이었다. 해가 뜨는 연말연시나 주말이면 좁은 도로가 차들로 빽빽하게 얽히며 몸살을 앓곤 했다. 하지만 구룡포와 호미곶으로 곧장 통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영일만대로가 생기면서 옛길은 몰라보게 한산해졌다. 번잡함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자연의 소리가 깃들었다. 한적해진 만큼 온전히 바다를 느끼며 유유자적 걸을 수 있는 여백이 생겨난 것이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내려와 바다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에 접어드는 순간, 짙고 푸른 바다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큰 축복으로 다가온다.


둘레길을 걷다가 마주한 어촌 풍경.

둘레길을 걷다가 마주한 어촌 풍경.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을 걷는 즐거움은 거창한 풍경에만 있지 않다. 길을 걷다 이내 마주치는 조그마한 어항과 작고 투박한 통통배, 그리고 아주 소박하고 아담해 보이기까지 하는 방파제의 풍경은 정겹기 그지없다. 숲을 걷는 등산과는 달리, 파도를 벗 삼아 걷다가 간혹 눈에 띄는 어민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은 해안둘레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정취다.


특히 최근 새단장을 마친 바다 위 데크로드는 2코스의 가장 빛나는 하이라이트다. 찰랑이는 바다 위에 지어진 데크길을 걷노라면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걸작, '선바우'와 '흰디기'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둘레길 해상 데크 위에서 바라 본 선바우.

둘레길 해상 데크 위에서 바라 본 선바우.

평택 임씨가 처음 개척했다는 마을 앞 해안에 우뚝 선 '선바우'는 한자로 입암(立岩)이라 불린다. 전형적인 화산 지형으로 화산열에 의해 하얀 백토(벤토나이트) 성분이 드러난 이 바위는 원래 6m 높이의 웅장한 자태를 자랑했으나, 벼락을 맞아 그 규모가 다소 작아졌다는 흥미로운 이력을 품고 있다.


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흰디기 지형.

둘레길에서 볼 수 있는 흰디기 지형.

선바우를 지나면 거대한 흰색 바위벽인 '흰디기'가 시선을 압도한다. 옛날 이곳에 정착한 노씨가 마을이 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흥덕'이라 부르던 것이 '흰디기'로 변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하지만 지질학적으로는 화산 활동 중 분출된 백토로 인해 형성된 '흰 언덕(흰덕)'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일월신화를 설명하고 있는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내 전시관.

일월신화를 설명하고 있는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내 전시관.

출발지로 돌아오며 다리가 뻐근해질 즈음,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내 전시관(귀비고)에 들러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쾌적한 실내에서 지친 몸을 잠시 쉬며 연오랑 세오녀의 일월 신화와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 속에서 색다른 문화적 상상력을 충전할 수 있다.


훌륭한 해안 절경에도 불구하고 짙은 아쉬움은 남는다. 몰입을 방해하는 몇몇 방치된 폐건물과 부족한 대중교통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다가오는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길이다. 이번 주말, 포항의 너른 바다와 다정한 어촌 풍경 속으로 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전준혁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북지역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