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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필요한 건 가정”…돌봄 위험 아동의 새로운 가족, ‘위탁가정’으로 새 삶

2026-03-10 20:51

13살 위탁아동 돌보는 박옥내씨 인터뷰

"새로운 가정 생겨 조금씩 안정 되찾아"

동거인 신분상 위탁아동 복지 제약 많아

6일 가정위탁모 박옥내 씨가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가정위탁 아동을 돌보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6일 가정위탁모 박옥내 씨가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가정위탁 아동을 돌보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아동복지법 제2조는 '아동은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모든 아이가 제도권 보호 아래 '안정'된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친부모로부터 직접 양육·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가정위탁'이다.


2003년부터 시행 중인 '가정위탁'은 부모의 사망이나 학대 등으로 원가정에서 양육되기 어려운 아동이 시설 대신 제2의 가정에서 일정 기간 자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돌봄 위험에 처한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사회적·정서적 울타리가 돼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지난해 말 전국 위탁 아동 수는 9천여명(위탁가정 7천여세대). 대구엔 모두 328명(261세대)의 위탁 아동이 피보단 진한 가족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71명은 친인척 가정에서, 38명은 친인척이 아닌 일반 위탁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나머지 17명은 학대 피해 아동이나 경계선 지능 아동 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전문 위탁가정'에 속해 있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지역 위탁부모를 직접 만나 가정위탁을 통한 아동 보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또 다른 형태의 양육·돌봄으로 일어난 일상적 변화와 사회적 공감대는 어떠한지를 들여다봤다.


◆"시설에서 학대받던 아이, 가정에서 안정 찾아"


대구지역 가정위탁보호 현황. 대구시 데이터 기반 Gemini 생성 이미지

대구지역 가정위탁보호 현황. 대구시 데이터 기반 Gemini 생성 이미지

6일 오후 2시쯤 대구 동구 한 아파트에서 위탁부모 박옥내(여·65)씨를 만났다. 박씨는 현재 13살인 김서윤(가명·2013년생)양을 가정위탁하고 있다.


서윤이는 돌이 지난 무렵 아동 임시보호시설인 'SOS아동보호센터'에 맡겨졌다. 하지만, 해당 센터에 최대 1년까지만 머물 수 있어 다른 아동보호시설로 전원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때 박씨가 근무하던 아동보호시설로 서윤이가 몸을 옮기면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박씨는 "서윤이는 2014년부터 이곳에서 지내면서 유독 나를 잘 따랐다. 아기 때부터 서윤이를 봐왔고 '옥내엄마, 옥내엄마' 하며 따르는 모습이 눈에 밟혀 주말이나 명절이면 집에 데려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5년여의 세월이 흐른 뒤, 2019년 9월쯤 서윤이가 6살이 될 무렵 박씨가 가정위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 원장이 밖에서 맨발로 있던 서윤이의 멱살을 잡고 화를 내는 등 아동학대를 일삼은 것. 서윤이가 자신을 보고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해당 원장은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1년 대법원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서윤이가 계속 눈에 밟혔다. 서윤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할 구청에서 대법원 형이 확정된 이후에야 서윤이를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며 "여러 복지 관계자들이 함께한 면담 자리에서 서윤이가 '옥내엄마 집에서 살고 싶다'고 직접 말을 했다. 구청 직원이 아이의 뜻을 따르자며 힘을 실어줘 함께 집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말수가 적고 좀처럼 의사 표현을 하지 않던 서윤이는 새로운 가정이 생긴 이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갔다. 박씨는 "처음에는 밖에서 초인종 소리만 들려도 식탁 밑으로 들어가 숨곤 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시설에서 본인을 데리러 왔을까 봐 무서워서 그랬다는데 마음이 참 아팠다"며 "그래도 지금은 노래 소리에 맞춰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밝은 딸"이라며 웃었다.


이어 "2020년 보육교사직을 내려놓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말해보면, 가능하다면 아이들은 가정에서 자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며 "아동기의 아이들은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며, 그것이 가정위탁제도가 존재해야 하는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동거인' 신분이 서윤이 발목을 잡는다"


김서윤(가명)양을 가정위탁하고 있는 박옥내(65)씨가 아동보호시설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4살이던 시설 원아 서윤양과 커플 운동화를 신고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던 모습. 박옥내씨 제공.

김서윤(가명)양을 가정위탁하고 있는 박옥내(65)씨가 아동보호시설 교사로 재직하던 당시, 4살이던 시설 원아 서윤양과 커플 운동화를 신고 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던 모습. 박옥내씨 제공.

서윤이를 친자식처럼 여기며 키우고 있는 박씨는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 때문에 아쉬움을 느낄 때도 적지 않다. 현행법상 위탁부모는 아이에게 법적 대리권한이 없는 '동거인' 신분이여서다. 그는 "최근 '동거인' 신분 때문에 속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서윤이가 태권도에 재능을 보여 대한태권도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하려 했는데, 법정 후견인이 아니다 보니 가입이 되지 않은 것"이라며 "아동권리보장원과 태권도협회에 문의해 봤지만 협회 측에서는 예외를 둘 수 없다며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위탁아동들이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점도 박씨의 고민 중 하나다.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미성년자 계좌는 법정대리인(부모) 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만 허용돼서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밥을 먹고 계산할 때 카카오페이로 서로 보내주곤 하는데 우리 딸은 어쩔 수 없이 제 계좌를 이용한다"며 "서윤이가 또래 친구들이 '너는 왜 매번 엄마 이름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당황스럽다고 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위탁가정 아이라는 이유로 또래 친구들이 당연하게 하는 일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정부가 올해 6월부터 위탁부모에게 '임시 후견인' 자격을 1년간 부여한 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위탁아동을 1년만 키우는 위탁부모가 극히 드물고, 1년 후엔 이 같은 법적 근거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 1년간 위탁아동의 통장 개설과 스마트폰 개통, 병원 치료·수술 동의, 전학 등 학교 학적 관리 절차를 처리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며 "1년이 지나 아이가 행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도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기간을 1년이 아니라 조금 더 넉넉하게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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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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